김재수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과출협) 회장은 지난 6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대전본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분야 출연기관들은 기관 고유의 미션을 가지고 있고 이번에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발표했으니 이에 맞춰 출연기관들이 해당 분야에서는 책임지고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새 정부에서 강조되는 부분이 민간 중심 경제인데 출연기관들이 참여해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한편 연구수월성 확보를 위해 지난 정부서 추진한 블라인드 채용 등은 속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출협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기관의 공동 관심사에 관한 협의와 상호협력을 위해 지난 1994년 발족한 협의체다. 김재수 회장은 지난 1월부터 협의체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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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취지 공감하나 연구 경쟁력 하락
연구중심과제제도(PBS) 개선, 블라인드 채용 철폐는 지난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속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온 대표적인 사례다. 김재수 회장도 이에 공감하며 새 정부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PBS의 경우 정부 출연금 비중이 낮은 기관들의 수탁 경쟁을 유발하고, 국가 임무 중심이나 대형 과제 연구를 수행해 나가야 할 출연연 실정에 맞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때문에 현 정부출연금 비중을 40%에서 60%로 올리거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수위 연구현장 간담회에서 나온 바 있다.
블라인드 채용도 마찬가지다. 대학과 기업에서 블라인드(정보제한) 없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반면 출연연은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우수 인력을 채용할 확률도 떨어지고, 인력도 놓쳐 과학기술강국 실현을 위해 필요한 연구수월성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재수 회장은 “블라인드 채용의 정신은 받아들이지만, 우수 인력을 뽑기도 어렵고, 인재 자체를 놓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며 “대학이나 기업에서 인재들을 엄격하게 뽑는 반면 출연연에서는 대학, 기업으로 인재들이 계속 유출돼 이대로면 연구역량이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현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기관에 획일적으로 적용된 블라인드 채용 규정을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에 한해서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철폐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해나가도록 출연연 인력체계도 손봐야 한다고 봤다. 김 회장은 “면접이 끝난뒤 지원자의 행보를 살펴보면 대부분 대학이나 기업으로 떠났다”며 “블라인드 채용에 지방소멸문제, 경직된 인력 채용제도 등이 맞물려 해외 석학을 데려오기도 어렵고 우수한 인재들은 계속 떠나기 때문에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해 초격차 기술 개발, 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출연연이 역할을 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 분야 출연기관 역할 중요
김재수 회장은 이처럼 지난 정부에서 부족했던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새 정부의 민간 중심 경제와 디지털 전환에서 과학기술 출연기관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특히 출연기관 입장에서는 각자의 임무와 역할이 규정돼 있고, 오랜 연구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계획수립부터 실행까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데이터 플랫폼, 슈퍼컴퓨터(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자력기술(한국원자력연구원) 등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국가에 필요한 실행과 전략이 같이 작동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국민들은 출연연이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해서 현실로 느끼기를 원한다”며 “현실적으로는 원자로 수출까지 수십년이 걸린 것처럼 기초부터 산업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사례도 있지만 국민, 국가를 바라보며 출연연이 보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학기술, 정보통신 홀대론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 계속 요구를 하다보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회장은 “과학기술이 모든 분야에서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과기부총리제, 과학교육수석 도입 등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지지는 못했다”면서도 “현재 정부 상황이 여의치 못해 그렇다고 보며 과학계에서 계속 요구를 하면 (대통령도) 과학의 중요성을 아시니 어떤 형태로든 과학기술 투자와 조직 거버넌스 변화는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속 민관 협력 기대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새 정부가 추진할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잘 실행되려면 민관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체제로 운영되고, 출연 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특징에 대해 “디지털 정부의 특징은 스마트한 인공지능 기술의 전면 도입과 국민을 위한 활용이라는 점에서 같은 디지털이면서 해외 수출까지 했던 전자정부에서 진화한 개념”이라며 “더 나아가면 피드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이 정치, 경제, 과학기술 분야 등에 의견을 내고 피드백 받는 플랫폼으로 고도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민관과학기술혁신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강조되는 게 민관 협력인데 민간과 공공기술이 같이 간다는 점에서 민관과학기술혁신위원회 체계가 좋아 보인다”며 “과거 여러 위원회 운영 사례 등을 비춰보면 1년에 모이기도 힘들고, 협업도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되면 효과적으로 개념이 잘 작동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에서 KISTI가 이미 구축한 국가연구데이터 플랫폼인 ‘데이터온’ 등을 연동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연구데이터 플랫폼은 연구개발 투자에 따라 나온 성과들을 검색·공유·관리하도록 해 연구 생산성 향상을 돕는 체계로 새 정부의 구상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전 세계적인 연구 추세는 데이터 기반 연구로 변화하고 있고, 유럽 등에서는 국가연구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성과 공유와 과학기술 발전을 돕고 있다”며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이 설계되면 거기에 맞춰 준비된 플랫폼으로 연동시킬 준비가 됐으며, 과학기술혁신체제를 구축해 과학기술 기반 국정 운영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수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은
▲1961년 서울 ▲홍익대 전자계산학과 학사, 한국외대 전자계산학 석사, 홍익대 전자전산공학 박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한국융합학회 상임고문 ▲전 한국기술혁신학회장 ▲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장 ▲전 데이터 거버넌스포럼 회장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책임교수 ▲전 차세대 정보컴퓨팅기술개발 사업추진위원회 민간위원 ▲전 한국정보관리학회 부회장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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