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긴 대체투자 확대추세인데…연기금 CIO 임기 "너무 짧다"

김성수 기자I 2025.01.22 23:32:00

국민연금 CIO, 임기 2년…1년씩 연임 가능
복지부 ''국민연금 개혁안'' 대체투자 늘린다
대체투자, 거래빈도 낮아…투자 장기간 필요
"좋은 성과 내려면 CIO 임기 장기 유지해야"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향후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려면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 CIO) 임기가 지금보다 길게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려 하는데, 대체투자는 거래 빈도가 낮고 투자수익을 얻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 국민연금 CIO, 임기 2년…1년씩 연임 가능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원주 국민연금 CIO는 작년 12월 26일 임기가 끝난 후 연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연금 CIO 임기는 2년이며, 성과 평가를 통해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일부 해외 운용사들은 현재 국민연금 CIO 자리가 ‘공석(vacant)’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원주 CIO가 연임을 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탄핵 정국이라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향후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려면 CIO 임기가 지금보다 길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위험수준을 확대하고(지난 2023년 55%에서 오는 2027년 이후 65% 이상으로) △자산군별 칸막이 해소로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료=보건복지부가 작년 9월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 일부 캡처)
지난 1988년~2023년 12월까지 국민연금기금의 대체투자 연평균 수익률은 9.28%로 주식(8.72%), 채권(3.65%)보다 높다.

특히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해외·대체투자 비중이 글로벌 주요 연기금 대비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대체투자 비중은 15.9%로, 캐나다연금투자(CPPI) 51%와 네덜란드연기금(ABP) 32.5%보다 낮다.

다만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과 달리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서 거래 빈도가 낮고, 투자수익을 얻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체투자 중 한 섹터인 부동산의 경우 코어자산(핵심 지역에 위치한 자산)에서 원하는 수익률을 내려면 5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코어자산인 오피스의 펀드나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만기는 7년 이상이고, 길면 10년짜리도 있다.

◇ 대체투자, 거래빈도 낮아…투자 장기간 필요

무엇보다도 국민연금 CIO는 해외 주요 연기금 CIO 대비 임기가 짧다는 의견이다. 미국 최대 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캘퍼스·CalPERS)이 전세계 연기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IO 임기는 평균 5.1년으로 집계됐다.

(자료=캘퍼스 ‘Chief Investment Officer: Prior Search Recap and Search Relaunch’ 일부 캡처)
현재 캘퍼스 CIO인 스테판 길모어는 작년 7월 임기가 시작됐으며, 직전 직책이 뉴질랜드 연기금(NZ Super Fund) CIO였다. 그가 뉴질랜드 연기금에서 CIO로 재직한 기간은 5년이 넘는다.

CPPIB의 초대 전담 CIO로는 에드윈 캐스가 지난 2020년 9월 임명됐다. 그의 역할 중 하나는 오는 2025년 이후의 CPPIB 투자의 예상 규모를 다루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4~2017년까지 CPPIB의 최고 투자 전략가 역할도 맡았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도 CIO 임기가 길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IC의 CIO인 제프리 쟌수바키즈는 지난 2017년 임기를 시작했으며 사임할 예정이다.

CIO로 재직한 기간이 8년에 이르는 셈이다. 현재 부 CIO(Deputy Group Chief Investment Officer and Director)인 브라이언 요가 오는 4월부터 후임자로서 CIO 직을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의 경우 CIO 임기가 2년으로 짧다. 다만 GPIF는 주로 위탁운용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투자 성과를 높이려면 CIO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적극적(액티브)인 운용정책을 취하고, CPPI와 GIC처럼 기준 포트포리오를 도입하고 통합적인 운용 접근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CIO 임기를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GP)들은 국민연금 등 국내 대형 기관들의 CIO 교체가 잦으면 피로감을 느낀다”며 “CIO가 자주 바뀌면 해외 GP들 입장에서는 몇 년 후 어차피 다른 사람으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공 들여 관계 맺으려는 마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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