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젊은 애들이 깔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지난달 31일 낮 12시경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장섭씨(68)의 말이다. 한씨는 친한 친구의 손녀가 이번 사고로 명을 달리했다고 전했다. “용돈 몇 번 쥐여준 기억이 난다”며 “젊은 애들이 꿈도 못 이루고 이렇게 간 게 너무 황망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서울에는 녹사평역, 서울광장 등 25개 자치구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오후 5시까지 서울광장 분향소에만 4038명의 시민들이 다녀갔다. 이데일리 스냅타임도 합동분향소를 찾아 청년들을 만났다. 직접 만난 청년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날 밤 단톡방서 안부 물었다…“남 일 아냐”
경기도 일산에 사는 대학생 K씨(23)는 등교 전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았다. K씨는 참사 다음 날인 30일 오전, 학과 단톡방에서 “피해 당사자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이 있다면 말해달라”는 카톡을 받았다. 대학 본부 차원에서 피해 현황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K씨는 “정말 내 곁의 사람들이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솔씨(26)도 녹사평역 분향소를 찾아 “피해자분들 중 제 또래가 많아 마음이 아프다”며 “참사 당시, 이태원에 있냐고 묻는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고 답했다. 이씨는 “여러 단톡방에서 친구들이 안부를 확인했고 부모님께 전화도 왔었다”고 전했다.
정다은씨(29)도 “저도 그 또래니까 착잡한 심경”이라면서 “그날 밤 주변 친구들에게 괜찮냐는 연락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도 오버랩되더라”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2시경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대학생 J씨(21)는 “할로윈에 이태원을 찾는 청년들이 따로 있지 않다”며 “많은 20대가 할로윈하면 이태원이라 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J씨는 “그날 밤 친구들이 대부분 이태원 인근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평범한 20대들이 당한 참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음악 컸어도 확성기 있었다면…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다는 이정하씨(21)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씨는 “아무리 음악 소리가 컸다지만 확성기가 있었다면 들렸다”라면서 “누군가 사고의 심각성을 전하고 질서를 관리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당시 현장에서 불이 났다거나 마약을 했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도로와 차량 통제만 했다”면서 “안쪽 골목을 통제하거나 질서를 잡아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만난 강병천씨(28)는 “기사로 경찰 인력이 137명이었단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며 “불꽃축제나 대규모 축구장 등의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해봤는데 보행로에 안전요원을 틈틈이 배치하는 게 기본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참사 당시 경찰 대부분은 마약 혹은 불법촬영과 같은 범죄 단속에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고가 난 골목 통제와 관련한) 별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