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국내 최초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를 서울 금천구 SK박미주유소에 만든 데 이어 양천구에 있는 개나리 주유소에도 친환경 전력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 공간으로만 그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도심 속 친환경 발전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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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이달 중순 서울 양천구 개나리주유소에 전력 용량 300kW(킬로와트)급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구축을 마쳤다. 조만간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으로 가동 시 1년간 약 250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주유소 내 연료전지 구축은 국내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인 ‘박미 주유소’에 이어 두 번째다. 연료전지는 전지 내에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로 일종의 ‘소규모 발전기’다.
현재 주유소 내에는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없게 돼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 부지 내 설치 가능한 시설물은 태양광, 전기·수소 충전시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분산 발전원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을 도입하면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연료전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개나리주유소 연료전지 설치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인 박미주유소에서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는 같은 시설의 구축·운영을 최대 10개까지만 허용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은 10호점 구축이 최대다. SK에너지는 향후 관련 규제가 개선되면 전국의 직영·자영 주유소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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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관계자는 “아톰파워의 기술을 이용하면 전력설비 증설 없이 기존 전력용량 내에서 충전소를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또 충전기마다 개별 차단기를 필요로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여러 소형 차단기를 1개의 중앙패널에 집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설치비용과 면적, 관리비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 주유소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SK에너지뿐만 아니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에서 다양한 문화시설까지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GS칼텍스가 구축하고 있는 ‘에너지 플러스 허브’(energy+hub)다. 에너지 플러스 허브는 기존 주유 공간에 전기·수소차 충전과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를 더하고, 드론배송 등 물류 거점 역할도 확대한 곳이다.
이를 위해 GS칼텍스는 에너지 플러스 허브 물류서비스 중 하나로 가구 전문기업 이케아 코리아와 협업해 ‘주유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케아 가구를 구매한 고객이 거주지 인근 GS칼텍스 주유소를 배송지로 선택하면 이케아는 지정된 주유소에 상품을 배송, 고객이 주유소에 들러 상품을 찾아가는 식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드론 배송이나 미래 교통수단으로 꼽는 도심항공교통(UAM)의 거점으로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주유소의 전통 공식 깨기에 나선 상태다. 일찌감치 주유소를 대여형 창고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공유주차 사업도 개시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초소형 전기차 제조사인 쎄보모빌리티와 제휴해 국내 정유사 최초로 주유소 내 전기차 판매에 돌입했다. 에쓰오일도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와 함께 부지에 최적화된 스마트편의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