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방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별적인 매몰을 실시했을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란 사과나 배 등 과수에 발생하는 세균병이다. 발병하면 잎·줄기가 타들어가 죽으며 치료제가 없고 꿀벌 등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감염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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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은 국내에선 2015년 처음 발생했지만 올해 들어 확산세가 가파르다. 23일 기준 전국에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500농가(271.4ha)로 지난해까지 누적 발생농가(348개)를 이미 넘어섰다.
과수화상병 발생에 따른 매몰 비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15~2019년 매몰한 면적은 260.4ha로 농가에게 3년간 지급하는 손실보상금 규모는 2015년 87억원에서 지난해 329억원으로 급증했다.
24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과수화상병 재발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과수화상병의 빠른 확산이 대응 기관인 농촌진흥청의 방제기준의 변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과수화상병은 치료제가 없어 발생주(株)를 매몰하는 방식으로 조치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확진 시 발생 과원 전체 과수를 매몰했지만 올해부터는 발생주 비율이 5% 미만인 경우 발생주만 제거하고 5% 이상일 때만 전체를 매몰하는 부분·선별 방식을 적용 중이다.
입법처는 과수화상병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제가 없어 발생 즉시 매몰하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에서 농진청의 대응 변화는 근원적인 저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기보다 손실보상금에 대한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매몰한 과수농가의 피해·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입법처의 판단이다. 최근 과수화상병이 과거 발생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방 방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부분·선별 매몰은 방제에 따른 과수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며 과수화상병 확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
이천일 농진청 농촌지원국장은 “올해 고온다습한 날씨가 과수화상병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며 “신고를 받으면 현장을 나가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충주·제천 등에 전문가를 집중 투입해 전체 농가 대상으로 적극 조사하면서 확진이 늘어난 것으로 부분 매몰 때문에 확산됐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동물 전염병과 식물 전염병은 대응 체계가 다르다는 것도 부분 매몰의 이유다. ASF의 경우 호흡기를 통해 주변으로 퍼지는 만큼 예방 차원에서 인근 지역을 살처분한다. 반면 과수화상병은 꿀벌을 통해 불특정 과수로 퍼지기 때문에 전체 과수를 매몰하면 농가 피해와 보상금 규모만 커질 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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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 강화는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입법처는 식물 방제 기술과 금지 병해충 관련 기초·응용 연구개발 기반을 구축해 현장 적용·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농진청도 충주 발생지역에 격리시설을 설치하고 나무 주사 방제 효과와 매몰지 병원균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장기 과제로는 세균에 강한 묘목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농업기술 연구개발이 주업무인 농진청이 과수화상병 대응을 총괄하기보다 예찰과 방제, 발생 대응, 피해보상 등을 전담할 수 있는 전담 조직에 대해서도 논의 과정을 거쳐나가기로 했다.
이 국장은 “25일 과수화상병 발생과 방제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예찰방제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총괄조직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