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콘텐츠 차단 우회 포털 개발…미-EU 갈등 격화 우려

성주원 기자I 2026.02.19 11:29:48

美국무부, VPN으로 차단 콘텐츠 우회 포털 개발
뮌헨안보회의 공개 예정이었으나 돌연 지연
전문가 "유럽 법률 무력화 시도 인식될 것" 경고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국무부가 유럽 등 각국이 금지한 온라인 콘텐츠를 우회해 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를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 자유’ 정책의 일환이지만, 유럽과의 외교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무부가 ‘freedom.(닷)gov’ 주소로 이 같은 포털을 구축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사이트는 각국이 혐오 발언이나 테러 선전물로 분류해 차단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당국자들은 사용자 트래픽을 미국에서 발생한 것처럼 위장하는 가상사설망(VPN) 기능 탑재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외교 담당 차관 세라 로저스가 주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주 뮌헨 안보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지연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무부 법률 담당자를 포함한 일부 내부 관계자들이 이 계획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무부 대변인은 “발표 지연은 사실이 아니며, 법률 담당자들의 우려 제기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포털 개발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끈 정부효율부(DOGE) 전 멤버 에드워드 코리스타인도 참여하고 있다. 코리스타인은 현재 트럼프가 창설한 국가디자인스튜디오(National Design Studio)에서 근무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핵심 외교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영국 온라인안전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해 왔다.

유럽의 콘텐츠 규제는 나치즘 부활을 막기 위한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됐다. EU는 불법 혐오 발언, 테러 선전물, 유해 허위정보로 분류된 콘텐츠에 대해 대형 플랫폼에 신속한 삭제를 요구한다. 규정을 어길 경우 막대한 제재가 뒤따른다. 트럼프의 측근 머스크가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는 지난해 12월 규정 미준수로 EU로부터 1억2000만 유로(약 2054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전직 국무부 관리이자 현재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 소속인 케네스 프롭은 이 포털에 대해 “유럽 규정과 법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유럽에서는 미국이 각국 법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이 이민 정책으로 문명적 소멸에 직면했다고 경고하며 “유럽 내에서 현재의 궤도에 대한 저항을 육성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로저스 차관은 취임 이후 10개국 이상의 유럽 국가를 방문하며 우익 단체 대표자들과 면담해 왔다.

freedom.(닷)gov 도메인은 지난달 12일 미 연방 레지스트리에 등록됐다. 트럼프 2기 이전, 미국은 중국·이란·러시아·미얀마 등 권위주의 국가 시민들의 정보 접근을 돕기 위해 상업용 VPN 등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포털은 권위주의 국가를 겨냥했던 기존 디지털 자유 정책을 민주주의 동맹국에까지 확장 적용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표현의 자유 규제 비교 (자료: 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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