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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세가 1~2년 지속될 것이지만 고물가가 잠잠해지고 난 이후에 집중해야 할 것은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저물가를 막는 일이란 점도 강조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한 때 3.1%를 훌쩍 넘어서며 기준금리가 향후 1년내 2.5%까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으나 일제히 하락하며 금리 상단을 낮추는 모습이다. 기재위는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 `물가`로 기울어진 무게추, `성장`과 균형 맞추기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선 성장보다 물가가 우려스러워 금리를 올렸다. 오늘까지도 보면 물가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은 적어도 1~2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은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4%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까지 물가상승률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는 “인기는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 시그널을 줘 물가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이 지금까지는 맞다”고 설명했다. 14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이 후보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4월1일 기자들과 만나 `금리 시그널을 통해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겠다`고 발언한 것이 금리 인상 시그널이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답변엔 `지금까지는`이란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이 후보자는 “5월엔 크게 데이터가 업데이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7월엔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될지, 물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5월까지는 현 시점과 마찬가지로 성장보다는 물가 우려가 크지만 그 뒤로는 쉽게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5월, 7월 금리 결정에 있어서는 데이터를 보고 성장과 물가 양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하겠다”며 “향후 금리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성장, 물가가 어떻게 변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미국을 따라 빠르게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은 우리에 비해 물가가 두 배 이상 높은 반면 성장률은 거의 4% 중반으로 예상돼 금리를 빠르게 올릴 여지가 있다”며 “우리 경제 성장률은 미국 만큼 견실하지 않아서 (통화정책 조절) 속도를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면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단기적으론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원화가 절하돼 그게 물가 압력으로 올 가능성은 있어 한미 금리 역전폭이 크지 않도록 하면서 속도를 조정하는 미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고민해야 할 것은 또 다시 저성장·저물가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제기구에서 현재 한국의 위상이 높지만 앞으로는 걱정된다”며 “일본 사례가 대표적인데 고령화로 소득, 성장이 낮아지면서 국제적 위상도 떨어질 수 있다. 저성장·저물가로 갈 수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발언들은 성장론자로 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중립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밝힌 주상영 금통위 의장직무 대행위원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지표금리인 국고 3년물은 9bp(1bp=0.01%포인트) 하락한 2.981%로 내렸다. 전일 연 고점을 경신했던 10년물 금리도 5bp 떨어진 3.350%에서 마감됐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청문회 내용은 (성장, 물가) 균형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도 그간 오버슈팅(과도한 가격 하락)한 것을 되돌리는 모습”이라며 “5월 연속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점쳤다.
◇ “가계부채 범부처TF 만들고 증세” 정책 제언도
이날 청문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이었다. 이 후보자는 한은을 명실상부 국내 최고 싱크탱크로 만들겠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에 어느 정책이 좋은 지를 정부와 논의하겠다. 공감하는 바는 정확하게 협조하지만 의견이 다른 것은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한은, 금융당국이 함께 해온 거시경제금융회의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에 대해선 “한은이 금리를 통해 시그널을 주는 것으론 한계가 있어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조적이고 재정적인 측면을 살피고 종합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증세 등 재정건전성 방안에 대해서도 “주제 넘는 얘기지만 증세를 하는 것이 정치인한테 절대 인기가 없다”며 “그러나 세금 없이 복지제도를 하는 것이 어려워 10년에 걸쳐 국내총생산(GDP)의 0.5%씩 증세를 하면 2040년 재정지출 규모의 GDP의 100%에서 70%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부총리가 주도하고 한은, 금융당국이 함께 해온 거시경제금융회의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었다. 이 후보자는 “총재가 되면 (거시경제) 협의체를 조금 더 강화하고 좀 더 자주 얘기를 나누고 논쟁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비교적 분명하게 입장을 전했다. 이 후보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추경 총량이 커서 물가에 영향을 주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조정할 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택담보대출(LTV) 규제 완화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생애 첫 주택 구입자금 대출부터 완화하고 나머지는 상황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