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유호빈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첫 모델인 SM5가 21년간 판매를 마치고 단종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세 번의 풀모델체인지를 거친 SM5는 '아듀’라는 모델명으로 155만원 인하한 2000만원에 2000대를 한정으로 판매한다.
SM5는 1998년 삼성자동차의 역사를 시작한 모델이다. 1세대 모델은 닛산의 맥시마를 베이스로 만들었다. 사실상 한국에서 개발하기 보다는 닛산 맥시마를 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조립한 차에 가까웠다. 뱃지만 삼성차이고 나머지는 닛산차라는 조롱도 있었지만 이러한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기술의 닛산' 차가 베이스라 기본기가 탄탄하고 잔고장이 없다는 좋은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SM520V에 적용된 6기통 VQ20 엔진과 SM525V에 적용된 6기통 VQ25 엔진은 당시 파워트레인에 약점을 보이던 현대차보다 한 등급 위라는 평가 속에 당시 4세대 쏘나타를 압도했다.
2005년에는 닛산 중형 세단 티아나를 베이스로 만든 2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동일한 모델에 2000cc와 2500cc를 나누어 판매한 1세대와 달리 같은 베이스로 차체만 조금 늘린 SM7이 출시되면서 SM5는 2000cc 단일 배기량으로 판매됐다. 파워트레인은 1세대 2000cc SR엔진과 같은 엔진을 썼지만 당시 NF 쏘나타와는 차별화한 카드타입 스마트키, 통합공조기, 풋 파킹 브레이크, 공기청정기까지 추가되면서 중형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옵션들을 지니고 있었다.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기업에서 개발한 차였지만 1세대에 이어 쏘나타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과 상품성으로 무장해 인기를 이어갔다.
2010년 3세대 SM5가 출시됐다. 그간 닛산 차량의 플랫폼을 사용한 것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르노 차량을 베이스로 만들었다. 르노의 라구나 해치백 모델을 베이스로 만들었다. 라구나의 후륜 서스펜션이 토션빔이라 중형차에 어울리지 않아 이를 멀티링크로 바꾸기 위해 2세대 모델 후미 부분을 그대로 이어 붙였다는 논란이 있었다. 또 이런 한계 속에 전작과 비교해 떨어지는 출력과 토크, 연비까지 좋지 않아 기존 SM5의 명성을 이어오지 못했다. 이에 르노삼성은 1.6 터보 모델과 1.5 디젤 모델을 잇따라 투입했지만 1, 2세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품질을 극복하지 못하고 판매량은 곤두박질 쳤다.
2016년 SM6가 나오면서 단종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판매를 이어갔다. '사골' 논란 속에 SM5는 가성비 전략으로 탈바꿈했다. 2000만원 초반에 판매를 하면서 2017년 10월엔 1000대 가량 판매고를 기록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SM6 판매와 간섭을 일으키면서 르노삼성 입장에선 오히려 머리 아픈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가성비 전략을 끝으로 SM5는 2000대 한정 판매로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된다.
SM5의 단종을 시작으로 르노삼성 라인업이 점차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달부터 SM7과 SM3의 가격을 인하하며 SM5와 비슷한 길을 가며 다음 모델 체인지는 SM3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르노삼성은 10년째 판매하고 있는 SM3 후속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지만 내년 상반기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또 내년 새로운 형태의 쿠페형 SUV XM3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SM7은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서울 모터쇼에서 르노 에스파스를 전시하며 SM7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지만 카니발의 아성에 밀려 국내 도입이 무산되었다. 현대차 그랜저 독주가 계속되는 국산 중형 세단 시장에서 SM7 모델 체인지가 시급한 이유다.
르노삼성은 2016년 SM6와 QM6를 같은 해에 출시해 라인업을 정비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공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SM6는 잠깐이나마 쏘나타의 아성을 누르고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를 예상보다 빨리 진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QM6는 진동과 소음이 적은 가솔린 엔진의 특성으로 국산 대표 가솔린 SUV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르노삼성이 2016년에 보여줬던 공격적인 마케팅을 신차 라인업 정비와 함께 다시 한 번 선보인다면 쉐보레와 꼴찌 경쟁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와 3위 경쟁을 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