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히트 만화 원작 뮤지컬로 재탄생
8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이홍기(사진=EMK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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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봄소리(사진=EMK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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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코세이, 지금 너의 세상은 어떤 색이야?”
무채색의 삶을 살아가던 소년이 운명처럼 나타난 소녀를 만나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따듯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마음 한 구석에 고요히 자리해 있던 순수한 감성을 깨우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희망차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는 어느새 관객의 눈가를 촉촉히 젖게 한다.
신작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은 피아노 천재 소년 아리마 코세이의 트라우마 극복기를 그리는 청춘물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재된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자랑하는 원작은 애니메이션, 영화,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다채로운 형태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판 뮤지컬은 이번이 초연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마타하리’,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선보인 공연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을 맡았다.
기계보다 정확한 연주를 선보여 한때 ‘인간 메트로놈’으로 불린 코세이가 극의 주인공이다. 코세이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더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소년. 꿈을 잃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된 코세이는 자유로운 연주를 즐기는 바이올리니스트 소녀 미야노조 카오리를 만나 다시 용기를 내어 건반 위에 손을 얹는다. 그렇게 다시 피아노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되는 코세이는 카오리를 비롯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발버둥’을 시작한 끝 성장의 문턱을 넘게 된다.
풋풋한 10대 청춘들의 여정은 만화 원작 뮤지컬답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세트에서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360도 회전 무대는 연주 장면을 보는 재미와 극 전개의 역동성을 높여준다. 팝 감성과 클래식 음악의 격정이 적절히 버무려져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음악과 아크로바틱한 동작까지 가능한 10여명의 앙상블 배우들이 책걸상 등을 활용해 펼치는 에너지 넘치는 군무는 자칫 유치하게만 여겨질 수 있는 장면들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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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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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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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색채를 지닌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내는 배우들의 호연도 주목할 지점이다. 10일 낮 공연에서 코세이 역의 이홍기는 호소력과 애절함이 매력인 특유의 음색과 가창력을 자랑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피아노 앞에 앉아 번뇌하는 장면이 압권. 검정 뿔테 안경을 낀 낯선 모습으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아울러 이봄소리는 딴딴하면서도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뽐내며 카오리를 컬러풀하게 그려냈다.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코세이의 절친 캐릭터인 사와베 츠바키와 와타리 료타의 성장기도 비중있게 다루는 작품이다. 츠바키 역의 박시인은 다채로운 표현력이 쾌활한 성격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재진은 깔끔한 연기로 호쾌하면서도 강단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키웠다.
대체로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충실히 따른다. 코세이의 트라우마 극복 과정뿐만 아니라 점차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애달픈 사연과 깊어지는 러브 스토리로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극 후반부에는 객석 곳곳에서 관객의 훌쩍임이 들린다. 공연이 마무리 된 후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할 정도로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감격의 장면이 펼쳐질 때의 감동 파동이 꽤 크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8월 25일까지 공연한다. 평일 낮 공연까지 높은 예매율을 기록 중이며 일본 관객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작품의 연출은 뮤지컬 ‘프리다’, ‘루드윅’, ‘스모크’, ‘인터뷰’ 등의 추정화 연출이 맡았고 음악 작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담당했다. 출연 배우는 이홍기·윤소호·김희재(아리마 코세이), 이봄소리·케이·정지소(미야조노 카오리), 이재진·김진욱·조환지(와타리 료타), 박시인·황우림(시와베 츠바키) 등이다.
추정화 연출은 제작사를 통해 “이 작품은 첫사랑, 우정, 꿈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이야기에 젖어들다 보면 어느샌가 기적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