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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사표 제출…文, 이번엔 놓아줄까

원다연 기자I 2019.01.14 16:45:44

탁현민 靑행정관, 7일 사표제출 뒤 휴가 들어가
내정 당시부터 ''여성 비하'' 논란으로 사퇴 요구
지난해 6월 사표 제출 靑 "첫눈오면 놓아주겠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 임박 사표수리 쉽지 않을듯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임박한 시점에서 정상회담 행사를 총괄해야 할 탁 행정관의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탁현민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했고 수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은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뒤 10일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마친 뒤 휴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탁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6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고 전하며 사의 표명을 암시했다. 이어 다음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은 탁 행정관에게 가을에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달라며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사의를 반려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2017년 내정 당시부터 ‘여성 비하’ 논란으로 사퇴 요구에 부딪쳐왔다. 탁 행정관이 과거 펴낸 ‘남자 마음 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진다’, ‘탁현민의 멘션s’ 등의 책에서 왜곡된 성 인식을 드러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같은 논란을 안고 임명 강행된 탁 행정관은 사전 시나리오 없는 무작위 질문 방식의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뒤, 이후 5·18 기념식, 기업인과 호프 미팅 등 기존 관행을 깬 행사 기획으로 점차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환송행사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를 배경음악으로, 평화의집 건물을 배경으로 한반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영상쇼를 보여주는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 사의 표명 이후 임 실장의 만류에 따라 역할을 수행해온 탁 행정관은 지난 11월 ‘첫눈’이 내리면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1월 24일 첫눈이 내리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이제 탁현민을 놓아주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전날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곧바로 직권면직 처리되고, 당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머지않은 것으로 관측된 시점에서 탁 행정관의 청와대 잔류 기간은 또다시 연장됐다.

탁 행정관의 이번 사표 제출은 문 정부 출범과 함께 임무를 수행해온 1기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 시점과 맞물려 있다. 탁 행정관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체력 정년이 1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6개월여 전부터 사의를 표명해온 탁 행정관이 1기 참모진 교체에 맞춰 ‘정말로 물러나야할 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탁 행정관이 처음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에도 “허리디스크와 이명과 갑상선 치료가 먼저”라며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내달 개최가 유력시되고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청와대는 탁 행정관의 사의 표명에 앞서 오는 3·1절 임시 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까지 탁 행정관이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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