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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유럽 정보기관 5곳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공작원들이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론이나 드론 부품을 만드는 중소 업체 경영진도 표적에 포함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러시아 경제마저 흔들리자 크렘린이 유럽 내 사보타주(파괴 공작)와 ‘하이브리드’(군사·비군사 수단을 섞은 공격) 작전 확대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수개월 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한때 러시아 정보기관 사이에서도 금기로 여겨졌던 유럽 민간인 암살이 이 계획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정보기관들의 설명이다. 한 유럽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유럽에서 위협 수준이 높아졌다. 시설뿐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독일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은 자국 방산업체 직원·경영진과의 접촉을 크게 늘렸으며, 민간 근접 경호팀을 고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고 BfV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각국 보안당국의 권고에 따라 여러 방산업체 경영진은 최근 6개월 사이 근접 경호를 강화했다. 반면 자국에선 경호 없이 지내다 해외 출장 때만 경호를 붙인다는 경영진도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에서 암살 공작은 주로 군정보총국(GRU)이 맡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GRU는 최근 암살 수법을 바꾸고 있다. 과거엔 온라인에서 돈을 주고 모집한 ‘일회용’ 요원 한 명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조직범죄 집단과 긴밀히 협력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요원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찰·물자 조달·계획·실행도 각기 다른 조직이나 개인에게 나눠 맡긴다.
“표적이라고 느끼게만 해도 효과”…목표는 심리전
보안당국자들은 암살을 실제로 실행하지 않아도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한 정보당국자는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거래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당국자는 러시아 요원들의 공작이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이어서 쉽게 저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보안당국은 누구든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됐다. 지난 8월 스웨덴에서는 젊은 러시아인 관광객 2명이 체포됐다.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의 미카엘 요한손 CEO 자택 근처에 텐트를 쳤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곧 풀려났다.
일부 암살 모의는 이미 적발돼 저지됐다. 표적 인물의 직장은 물론 자택 주변에서 일상 패턴을 파악하려는 감시 활동이 포착된 사례도 있다.
‘라인메탈 사태’ 이후 비상…공장 이전까지
보안 전문가들은 방산업체뿐 아니라 핵심 기반시설·에너지 기업들로부터도 유럽 직원 보호 방안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보안 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의 클로딘 프라이 파트너는 “암살 위험은 분명히 지금 훨씬 더 주목받는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인력과 시설 보호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영진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서유럽에 있던 생산시설 한 곳을 최근 옮겼다고 밝혔다.
유럽 대형 방산업체 경영진은 2024년 초부터 경계 태세를 유지해 왔다. 당시 미국과 독일 정보당국은 독일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CEO를 노린 러시아의 암살 모의를 적발했다. 파페르거 CEO는 우크라이나 무장 지원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는 현재 민간 경호원과 경찰로부터 24시간 근접 경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