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쌍용자동차(003620)가 잠재적 투자자와의 성공적 계약을 통한 회생을 위해 대표이사 사임과 베스트셀링 모델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놓였다.
8일 쌍용차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이날부터 오는 16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한다. 이제껏 반도체 수급 문제는 폭스바겐·GM·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판매 기업들의 일로 치부됐는데, 쌍용차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의 지지부진한 협상 등으로 인해 반도체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HAAH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법정관리 개시를 눈앞에 둔 쌍용차에게 또다시 이어진 공장가동 중단은 최악이라는 평가다. 쌍용차는 법정관리만큼은 피하고자 ‘눈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법정관리 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일부 협력사들이 도산하면 부품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인수 후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법정관리 초읽기라는 위기 속에서도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쌍용차가 해당 모델을 통해 픽업트럭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 꾸준한 판매고를 올려온 만큼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통해 정상적 판매활동 의지를 보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렉스턴 스포츠&칸은 지난 5일 사전계약 첫날 1300대 이상의 건수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가 사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법정관리 개시를 앞둔 상황에 대한 책임이었지만, 업계에서는 법정관리를 늦추기 위한 카드였다는 평가다. 통상 회생법원은 법정관리 진행 시 현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지정하는데, 예 사장이 전격적인 사임을 발표하면서 관리인 지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회생법원이 외부인사를 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속도감 있는 회생을 공언한 이상 내부 관리인 지정은 불가피하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예 사장이 사임을 발표하면서 법정관리 개시까지 다소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 문제로 공장이 일주일가량 가동 중단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쌍용차와 HAAH와의 인수 관련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을 때도 분위기를 악화시킨 건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중단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이었다. 특히 HAAH의 전략적 투자자(SI)와 금융 투자자(FI)들이 잇단 공장 가동 중단을 보면서 쌍용차 정상화에 위구심을 갖게 됐고, 협상은 악화 일로를 걷게 됐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관련 부품 수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각고의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반복되는 공장가동 중단은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법정관리 개시 이후에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보이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