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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이다.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수도권에는 닷새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고 특히 이날엔 12개 시도로 확대 발령됐다. 한반도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제주도까지 사상 처음으로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연일 재난수준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지만 미세먼지가 자욱한 집 밖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미세먼지특별법 시행으로 미세먼지가 심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휴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얼마나 더 심각해야 학교에 안 보낼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중순 시행된 미세먼지 특별법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지자체장이 학교 휴업을 권고할 수 있고 교육감과 학교장이 이 권고를 받아들이면 휴업을 결정하게 된다. 특별법에 따르면 다음날 초미세먼지 농도가 75㎍/㎥을 초과할 것으로 예보돼 비상저감조치를 발동한 상황에서 당일 2시간 이상 초미세먼지 농도가 150㎍/㎥을 초과해 미세먼지 경보가 나오면 휴업 권고가 가능하다.
이날 서울 등 수도권에는 사상 처음으로 닷새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고 이날 오전 1시 기준으로 초미세먼지(PM-2.5) 경보가 발령됐다 . 오후에도 미세먼지는 계속 심각해 6일은 5일보다 더 심각한 농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별법 대로라면 서울시장이 휴업을 권고할 수 있지만 휴업권고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협의해 휴업권고를 결정해야하는데 교육청에서 신학기·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휴업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휴업 대신 각급 학교에 실외수업을 하지 말 것과 학사일정 조정 검토를 지시했다. 다만 천식·아토피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 민감군임을 확인받은 학생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경우 결석해도 질병 결석으로 인정된다.
휴업카드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미세먼지특별법 마련 당시에도 제기됐다. 당초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휴업 권고가 가능하도록 하려 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무조건 휴업을 권고할 수 없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경보’ 수준이 돼야만 권고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이 마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어 휴업은 협의가 필요한데 학사일정 등 교육청에서도 보수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휴업 권고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렇다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김모(38)씨는 “유치원은 미세먼지가 심각하면 보내지 않았는데 학교 입학한 지 얼마 안돼 아이를 안보낼 수 없어 아침에 등교시키면서도 아이에게 죄짓는 기분”이라며 “미세먼지가 재난이라면서 법까지 마련하더니 왜 휴업을 적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키우는 이모(36)씨는 “어른들도 미세먼지가 심하면 밖에 나가지 않는데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 보내 마음이 편치 않다”며 “작년에는 너무 심할때 보내지 않았더니 무단결석이 됐는데 결석처리 되지 않을 길이 생겼는데도 학교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맞벌이 부모도 노심초사하긴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휴업권고가 없지만 ‘경보’가 계속 돼 직장에 출근 한 후 갑자기 휴업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서울시는 “학교가 휴업을 하더라도 맞벌이 가정 자녀는 등교하거나 학교에 남을 수 있게 해 공기청정기 등이 설치된 공간에서 특별 돌봄이나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