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은 왜 비밀요원이 됐을까

김현식 기자I 2025.01.23 15:21:46

냅코 프로젝트 소재 뮤지컬 '스윙데이즈'
유한양행 창업자 실화 기반 창작 초연작
관객 호평 속에 공연 막바지…2월 9일까지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왜 이렇게 목숨을 걸어? 일단 살아야지. 당신 같은 사람 한 두 명 뛰어든다고 뭐가 바뀌는데?”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스윙데이즈)의 주인공 유일형이 극 초반부 열혈 독립운동가 베로니카에게 던지는 대사다.

유일형 역의 배우 유준상(사진=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유일형 역의 배우 민우혁(사진=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스윙데이즈’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일제 치하의 1945년,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가 비밀리에 실행한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뮤지컬화한 작품.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유일형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유일형은 미국에서 지내며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는 성공한 조선인 사업가다. 극적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창작한 베로니카는 유일형이 강한 애국심과 이타심을 지닌 인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핵심 키(key)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베로니카는 ‘안전한 곳에서 돈으로 죄책감을 벗어나고자 한다’며 유일형을 꼬집은 뒤 일본군 총격에 의해 살해된다. 이후 그의 혼령이 유일형을 따라다니는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지면서 극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베로니카에게 “왜 이렇게 목숨을 거냐”고 말하던 유일형은 조선으로 돌아와 사업을 이어나가며 남몰래 첩보 활동을 하게 되고, 끝내는 냅코 프로젝트 비밀요원 ‘암호명 A’로 거듭나는 선택을 한다. 성장을 이뤄낸 유일형이 “나 같은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독립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진한 울림을 자아낸다.

유일형 역의 배우 신성록(사진=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냅코 프로젝트는 일본의 기밀을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하고자 애국심 강한 한국인 요원들을 투입했던 작전이다.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된 이 프로젝트는 유일한 박사가 하늘로 떠난 지 20년이 흐른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소재로 삼은 ‘스윙데이즈’는 약 3년의 준비기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자 국내 최초 천만 관객 돌파 영화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의 뮤지컬 도전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희재 작가는 공연 개막 전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랑과 헌신이 버겁게 느껴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사랑과 헌신은 잘못된 게 아니기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고리타분하지 않게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사진=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사진=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초연작이라 밀도가 떨어지는 지점들이 있으나 풍성한 볼거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의 이목을 마지막까지 붙잡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유일형을 승부사 기질이 넘치는 ‘쿨하고 섹시한’ 사업가이자 독립운동가의 모습으로 그려 기존 유사 소재 작품 속 주인공들과의 차별화를 꾀한 점이 돋보인다.

경쾌한 스윙 재즈 기반 넘버와 유일형의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사업파트너인 황만용 캐릭터를 활용한 유머 코드 등을 통해 극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끌고 간다는 점도 특징이다. 유일형과 그의 현명한 아내인 중국계 미국인 의사 호메리가 펼치는 로맨스도 꽤 비중 있게 다루면서 낭만적인 분위기의 장면들도 적절하게 보여준다.

조선총독부 형사과장인 야스오는 유일형과 황만용의 소꿉친구라는 설정인데, 이를 바탕으로 극에 감동 포인트를 첨가하고 갈등 구조를 한결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야스오가 유일형에게 건네받은 마약성 진통제가 카미카제 작전에 악용되는 장면은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사진=올댓스토리, 컴퍼니연작)
작·편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연출가 김태형, 음악감독 김문정, 안무가 이현정 등이 힘을 보탠 끝에 완성된 ‘스윙데이즈’는 지난해 11월 1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해 어느덧 공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초연작임에도 주요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티켓 기준으로 관객 평점 9.7점(883명 참여)을 기록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연은 오는 2월 9일까지,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20분 포함 165분이다.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이 유일형 역을 번갈아 소화하고 있다. 야스오 역에는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를, 황만용 역에는 정상훈, 하도권, 김승용을 캐스팅했다. 베로니카 역은 김려원, 전나영, 이아름솔이 연기하고, 호메리 역은 최현주와 이지숙이 소화한다. 장현성과 성기윤은 조선총독부 총독 곤도 역으로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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