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뇌종양’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큰 두려움을 느낀다. 뇌는 생각과 감정, 기억, 언어,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뇌종양은 발생률 자체가 다른 암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발생 위치에 따라 삶의 질과 독립적인 일상생활, 생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다.
뇌종양은 뇌나 그 주변 조직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통칭한다. 종양의 성격에 따라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며, 발생 부위와 세포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뇌 자체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교모세포종, 뇌를 싸고 있는 막에서 생기는 뇌수막종,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신경초종, 폐암·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이 뇌로 전이된 전이성 뇌종양 등이 있다.
최근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MRI, CT 등 영상 진단이 보편화되면서 고령에서 뇌종양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뇌종양 진료에서도 단순히 ‘젊은 환자에게 생기는 드문 질환’이 아니라, 고령 환자의 전신 상태와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고령 뇌종양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환자에서는 두통, 구토, 경련, 마비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 환자에서는 두통보다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판단력 저하, 말수가 줄어듦, 보행이 느려짐, 의욕 저하 같은 인지기능 및 행동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 양승호 교수(신경외과)는 “진료 현장에서도 ‘치매가 시작된 것 같다’거나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다가 전두엽 또는 측두엽 종양, 뇌수막종, 전이성 뇌종양 등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노화나 우울증, 치매로 오인되기 쉽다. 그러나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인지기능이 악화되거나, 이전과 다른 성격 변화가 뚜렷하거나, 보행 장애·언어 장애·한쪽 팔다리 힘 빠짐, 경련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뇌 영상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령에서 새롭게 발생한 경련은 뇌종양을 포함한 구조적 뇌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뇌수막종은 가장 흔한 원발성 뇌종양 중 하나다. 뇌 자체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아니라 뇌를 감싸는 막에서 생기는 종양으로, 대부분 천천히 자라고 양성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 후각 저하, 언어 장애, 마비, 경련,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두엽 주변에 생긴 수막종은 두통보다 무기력, 성격 변화, 실행기능 저하처럼 치매와 비슷한 양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모든 수막종을 즉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크기와 성장 속도, 부종 여부, 증상, 환자의 전신 상태를 종합해 경과 관찰, 수술, 방사선 수술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다.
교모세포종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으로, 치료가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최근의 분류 체계에서는 현미경 소견뿐 아니라 IDH 변이, MGMT 메틸화 등 분자유전학적 정보를 함께 고려해 진단과 예후 예측,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 표준 치료는 가능한 안전한 범위의 수술적 절제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다만 고령 환자에서는 전신 상태, 인지기능, 보행 능력, 가족 지지, 환자의 치료 목표를 함께 평가해 방사선 치료 범위와 항암 치료 여부를 개별화해야 한다.
전이성 뇌종양도 고령에서 흔히 접하는 뇌종양이다. 폐암,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등 다양한 암이 뇌로 전이될 수 있으며, 암 치료가 발전하면서 전신 질환은 조절되지만 뇌 전이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병소 수와 크기, 전신 암의 조절 상태, 증상 여부에 따라 수술, 정위방사선수술, 전뇌 방사선 치료,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치료제 등을 조합해 치료한다. 최근에는 가능한 정상 뇌 손상을 줄이고 인지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병소에 정밀하게 방사선을 집중하는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고령 뇌종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나이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80세라도 어떤 환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수술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반면, 어떤 환자는 동반질환과 허약 상태 때문에 작은 치료에도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치료 결정에서는 생물학적 나이, 동반질환, 복용 약물, 인지기능, 보행 능력, 영양 상태, 환자와 가족의 치료 목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수술은 여전히 많은 뇌종양 치료의 기본이다. 의사는 종양의 위치와 환자의 신경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상 뇌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수술 현미경, 신경내비게이션, 기능적 뇌지도, 수술 중 신경감시, 각성 뇌수술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더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특히 언어, 운동, 기억과 관련된 부위에 가까운 종양에서는 기능 보존을 위한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양승호 교수는 “수술 부담이 크거나 종양의 위치상 개두수술이 위험한 경우에는 감마나이프 수술과 같은 정위방사선수술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전신마취나 피부 절개 없이 고에너지 감마선을 병소에 집중시키는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수막종, 신경초종, 전이성 뇌종양, 일부 혈관질환 등에 적용된다.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병소를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고, 당일 또는 짧은 입원으로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신 장비는 기존 정위틀 방식뿐 아니라 환자 상태에 따라 안면 마스크 기반 치료도 가능해져 치료 중 불편감을 줄이고 있다”고 조언했다.
영상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도 뇌종양 진료를 바꾸고 있다. 고해상도 MRI, 확산텐서영상, 관류영상, 기능적 MRI 등은 종양의 위치와 주변 신경로를 더 정확히 파악하게 해 수술 및 방사선 치료 계획에 도움을 준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은 종양의 경계, 성장 양상, 악성도, 분자유전학적 특성을 예측하려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향후 고령 환자에서 치료 부담과 기대 이득을 보다 정밀하게 판단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환자와 가족이 기억해야 할 경고 신호도 있다. 고령에서 새롭게 발생하거나 점점 심해지는 두통, 아침에 심한 두통과 구토, 새롭게 발생한 경련,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짐, 시야 장애, 보행 장애는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지기능 저하도 중요한 신호로 보아야 한다.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기억력과 판단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거나, 성격이 갑자기 변하거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빠르게 나빠진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뇌 영상 검사를 포함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고령 뇌종양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종양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가능한 오래, 가능한 좋은 기능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도록 치료 효과와 치료 부담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수술, 감마나이프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경과 관찰은 서로 경쟁하는 방법이 아니라 환자에게 맞게 조합할 수 있는 선택지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모든 환자에게 같은 강도의 치료를 적용해서도 안 된다. 종양의 특성, 환자의 전신 상태, 인지기능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고령 뇌종양 진료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