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근로자도 멋대로 체포"…NYT, 현대차 공장 급습 실태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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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9.12 17:01:25

NYT 수감자 11명 ICE 내부 문서 입수…"위법 소지"
ICE 현장소장, 합법 근로자→''자발적 출국자'' 분류
영장엔 히스패닉계 4명 적혔는데 돌연 475명 단속
체포 근거도 명시 안해…자의적·우발적 단속 정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1명은 합법적인 비자에 근거해 고용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민세관단속국(ICE) 현장 사무소장이 그를 ‘자발적 출국자’로 분류토록 명령(mandated)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당시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근로자 11명에 대한 ICE 내부 기록을 입수해 검토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11명 모두 한국인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체포·구금된 475명 가운데 한국인은 317명이며, 나머지는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콜롬비아 출신으로 알려졌다.

NYT는 “1명은 비자를 위반하지 않았다. 그는 SFA라는 한국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한국인이 합법적인 고용 상태였다는 사실은 ICE 요원들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강제 추방됐다”며 ICE 현장 사무소장이 자의적으로 그를 불법 체류자로 만들었음을 에둘러 지적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연합뉴스)


나머지 10명 중 6명은 최대 6개월 출장을 위해 발급되는 B1(단기 상용 비자) 또는 B1/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B1 비자는 회의 참석, 계약 협상, 컨설팅 등 일시적인 비즈니스 목적으로 발급된다. B1/B2 비자를 통해선 현지 체류 중 비즈니스 미팅과 관광 모두 가능하다. 4명은 90일 동안 체류 가능한 비자면제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했다.

NYT는 이들 10명에 대해서도 “서류에는 단속 당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working unlawfully)고 적혀 있었는데, 왜 불법 취업인지에 대해선 세부사항이나 구체적인 근거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역시 B1 비자로 입국한 한국인 근로자들이 ‘컨설팅’이 아닌 ‘노동’을 했다고 ICE가 명확한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이들은 수년 간 체류할 수 있는 H1B 비자(전문직 취업 비자)를 취득해야 하지만, NYT는 H1B 비자는 인원이 제한되고, 신청비용이 많이 들고 수요도 높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6년 H1B 신청자는 35만 8737명에 달하는데 상한은 8만 5000개에 불과하다. 연봉 중위값도 12만달러에 달해 고연봉 전문직 외에는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다.

주류·담배·총기·폭발물 단속국 애틀랜타 지부(ATF Atlanta)가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있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이민법 집행 현장에 참여했다며 공개한 사진. (사진=ATF 애틀랜타 엑스 계정)


NYT는 오히려 ICE가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급습 당시 영장의 체포 대상에 히스패닉계 4명만 기재돼 있었다는 점에서 자의적·우발적 단속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ICE 요원들은 한국어 통역을 대동하지 않아 단속 과정에서 번역 앱에 의존해야 했다.

일부 구금자들을 변호하고 있는 찰스 쿡 이민전문 변호사는 “ICE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은 불법이다. ‘법에 따른 집행’에서 ‘법적 지위와 상관 없이 모두에 대한 집행’으로 전환했다. 이 국가의 모습을 (법치국가에서 권력으로 마음대로 하는 나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ICE가 한국 근로자들을 잡은 것은 사고였다. 그들은 나중에 정리하려고 (일단) 모든 사람을 감옥으로 이송했다”고 했다. ‘법을 어긴 사람만’ 잡아들인 것이 아니라 ‘일단 잡고 보자’ 식의 단속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B1 비자의 ‘모호한’ 적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다.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전문적 설비 설치와 기술 지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식 지침에선 B1 비자를 얼마나 광범위하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거의 없다.

조지아주 둘루스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이종원 변호사는 “소프트웨어 설치, 기계 설치 방법을 지시하는 것이 컨설팅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업데이트도, 지침도, 판례법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대한항공의 특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동시에 이민 단속은 강화하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백악관은 하루 3000건 체포를 목표로 작업장 단속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번 급습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간 비자제도 개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며,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 신설과 기존 비자 발급 조건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 기조 하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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