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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기상악화까지…정부, 물가 안정 총력전

공지유 기자I 2023.10.17 20:00:00

추운 날씨에 채소류 비상…배추·천일염 공급
중동 정세 불안에 국제유가도 급등 우려
전문가 "긴축 필요, 공공요금 인상폭 줄여야"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이달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정부가 기대와 달리 물가가 다시 들썩이자 정부가 서민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예상치 못했던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락하고,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자, 농·수산물 할인과 물량 공세 등을 통해 물가를 억누르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껏 물가회의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일부 부처가 참석했던 것과 다르게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범부처 수장들이 회의에 참석해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김장철 물가 비상’에 배추·천일염 집중공급…정부 총력전

(그래픽=김정훈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주요 품목의 동향을 살피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날 회의에는 행안부·농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해수부·중기부·공정위 등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했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했다. 이달 들어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며 채소류 가격 하락이 더디게 진행되는 등 농산물 가격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주부터 2주 동안 배추 2200톤(t)을 집중 공급하고, 약제·영양제 무상지원 등을 통해 저온으로 인한 생육 저해 가능성에도 대비한다. 천일염도 이달 말부터 1000t을 50% 할인된 가격에 공급한다.

망고 등 수입과일, 탈지·전지분유 등에 대한 신규 할당관세를 추진하고, 고등어 할당관세 2만t도 이달 말부터 최대한 도입할 예정이다. 가격이 불안한 12개 농산물(상추·시금치·오이·청양고추·깻잎·생강·사과·건고추·대파·배추·양배추·애호박)에 대해 19일부터 최대 30% 할인 지원을 개시한다.

1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절임배추 포장박스.(사진=연합뉴스)
◇최악땐 유가 150달러…“긴축 기조 유지, 공공요금 인상 미뤄야”

금융·통신 분야 담합행위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이날 회의에서 불공정 행위 점검과 시장 구조 개선 내용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지방공공요금 안정화를 핵심 민생안정 과제로 내놨다. 물가 안정을 위해 시내버스, 택시, 도시가스, 상하수도 등 지방공공요금 관리를 통해 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겠다던 물가당국의 방침과 궤를 같이 한다. 7년 만에 건보료율 동결을 결정한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건강보험료율(건보료율) 동결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이처럼 관계부처 장관들을 물가대책회의에 참석시키고 물가 안정 총력전을 벌이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또다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만큼 민생 물가 안정에 모든 부처가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정점(6.3%)을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7월 2.3%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가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른 석유류 하락폭 둔화 여파로 지난달(3.7%)에는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당초 정부는 태풍·폭염 등 일시적 영향으로 올랐던 물가가 10월에는 2%대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상여건 악화에 글로벌 정세 불안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가 3%대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전으로 번지는 등 사태가 악화할 경우 현재 90달러대 선에서 움직이는 국제유가가 150달러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 호르무즈 봉쇄 등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최고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수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약 0.2% 증가하지만 수입이 0.9% 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로 해외 국가들의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우리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셀프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하기로 했다. 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가격 인상이 없도록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현장점검도 강화한다. 정부는 또 업계에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통화·재정정책의 긴축 기조를 통해 물가 하락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물가를 조기에 안정화시켜야 경기침체 대응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경우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충분히 긴축적 수준이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줄이고 취약계층에게만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동절기가 되면서 에너지와 원유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폭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라며 “수요 억제보다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폭을 줄이거나 인상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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