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주식을 현금화하는 최종 절차에 들어갔다. 매각 결정에 따른 본격적인 집행절차는 적어도 3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본제철(신일철주금) 및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전날 “(법원에)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로부터 압류한 자산의 매각명령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제철·후지코시 압류 자산에 대해 각각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에 매각명령신청을 접수했다.
대리인단이 지난 1월과 3월에 압류한 일본제철 소유 주식은 ‘PNR’ 주식 19만 4794주다.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9억 7397만원에 달한다. PNR은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이 합작한 제철 부산물 자원화 전문업체다.
이번 매각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PNR 주식은 강제동원 피해자 5명의 손해배상채권액에 상당한다.
후지코시가 소유한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 6500주(액면가 1만원 기준 7억 6500만원)도 매각명령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피해자 23명의 손해배상채권액인 약 34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대리인단은 실제 현금화까지 3개월의 기간을 예상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집행절차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대리인단이 접수한 매각명령신청에 대해 매각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기 위한 심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매각 결정이 나면 한국 법원이 매각명령서를 일본제철과 후지코시 등에 송달한다.
법원에서 매각결정이 내려져도 압류된 두 기업 주식을 바로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들 기업의 주식은 비상장이기 때문에 시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회계법인 등 감정기관을 통해 정확한 주식 감정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 절차에만 2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감정가가 정해지면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매각공고를 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일철주금 측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재판으로 또 다시 매각의 적법성을 따져야 할 수 있다.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이 자산압류 절차에 돌입하자마자 “일본 정부와 논의해 대응하겠다”며 이의제기를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관계자는 “이의신청의 경우 상대방이 외국에 있으면 심문을 생략해도 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대리인단이 예측한 대로 3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더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리인단은 일본 기업들과 협상 의지를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대리인단은 “(본격적인 집행절차 기간에도) 강제동원 가해기업들과 여전히 협의 의사를 가지고 있다”며 “가해기업들이 지금이라도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노예와 같은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협의에 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주일 한국 대사관 측에 “(한국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협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가운데 원고 측에 의한 (일본 기업의) 자산매각 움직임이 진행됐다는 것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내신 브리핑에서 대리인단의 매각명령신청과 관련해 “우리 국민의 권리행사가 진행되는 차원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일) 외교당국 간에는 끊임없이 대화를 지속하고 있고 외교부는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 통해 꾸준히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