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위험 줄어드나 했지만 아파트에나 해당
아파트 평균 전세가 소폭이나마 오를 동안 빌라는 하락
보증금 제때 못 받을 수 있는 위험 가구 최대 49만 가구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최근 경기도 수원시의 전세 사기 피해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주택가격 회복과 함께 수그러들었던 역전세, 전세 사기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임차가구가 최대 49만 가구에 해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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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의 전셋값이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연립·다세대(빌라)의 전세가는 하락해 여전히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 하락이 이어지면 2년 혹은 4년 전 체결한 보증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이후 세입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자금 여력이 있지 않은 이상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6월(약 2억5668만원)에서 8월(2억5813만원)까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은 5월(5억1072만원)에서 8월(5억1614만원)로 석 달 연속 올랐다. 반면 빌라는 전국 평균 전셋값이 지난해 7월(약 1억4001만원) 이후 1년 이상 하락해 올해 8월(1억3222만원)까지 지속적으로 내렸다.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할 위험성이 있는 가구가 전국 기준 최대 49만 가구에 이를 수도 있단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보증금 반환 지연 및 미반환 구조 이해와 임차인 불안 완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임대보증금이 있는 임대인의 48.3%가 보증금보다 저축액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의 대출 여력을 고려하더라도 14.6%~29.6%의 임대인은 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대책 마련 촉구 서명 캠페인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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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의 자금 여력 부족에 더해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 지난 상반기 종료한 계약을 기준으로 계약상 보증금이 전세시세보다 높은 ‘역전세’는 55%, 보증금이 매매시세보다 높은 ‘깡통전세’는 5.1%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세가구 중 약 8.1%만이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고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계약 중 최우선변제금 상한 기준 이하인 경우는 0.07%에 불과하다. 단순 수치로만 따져도 보증금 반환 지연 위험 가구는 24만1000~49만2000만 가구, 보증금 미반환 위험 가구는 2만~4만2000가구로 추정됐다.
실제로 최근 피해액이 며칠 만에 100억원대로 불어난 수원전세 사기 의혹 사건도 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비율이 극히 낮았다. 경찰 조사 결과 임대인 부부와 아들 명의의 주택 800여채 중 임대사업자가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된 집은 단 77채, 세입자가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집은 2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보증금 반환 방법 통지나 일정 금액 예치를 통해 보증금 반환 지연 문제에 대응하는 등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부연구위원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전세가율 60~90% 주택에 대한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위험도가 과도하게 높은 전세가율 90% 초과 부분에 대해선 시장 진입 제한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