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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당초 확장 재정에 우려를 표하며 추경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예산 조기집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살핀 뒤 논의를 할 수 있다며 차츰 입장이 변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1월부터 추경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면서도 “대통령 탄핵과 국무총리 탄핵까지 이뤄졌고 대내외 리스크 확대, 내수 부진 등 경기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민의힘으로선 추경 논의를 서두를 이유가 많지 않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 측에서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등에 쓸 추경 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추경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준 건 정치권 안팎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 내에서도 경제가 어렵다면 추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다 지난 16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추경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도 “경제가 혼란스럽고 내수가 너무 부진해 추경이 필요한 건 맞다”며 “내수와 관련이 큰 건설, 레저, 여가, 관광 분야 투자 활성화와 카드세액 공제 등 소비진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가 더 나빠지고 국민의힘이 추경 논의를 외면할 경우 경기 침체 책임론에 부딪힐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에서 야당과의 국정 주도권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집권여당임을 강조해왔는데, 추경 논의가 늦어질 경우 여당을 향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추경을 조기 대선용 카드로 쓰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추경을 정략적으로 활용해 표심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경을 계속 반대하면 향후 경기침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당은 향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표심 확보를 위해서도 추경 논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여당이 추경 주도권을 두고 야당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