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추경 불가’에서 ‘시기상조론’으로…왜

김응열 기자I 2025.01.23 15:17:23

국민의힘, ‘추경 반대’→’1분기 후 검토’ 기류 변화
정치권 안팎 추경 요구…내수 활성화 필요성 공감
경기침체 책임론 피하고 조기 대선용 카드 활용도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기 대선용 추경은 받을 수 없다는 방침이었으나 최근에는 1분기 이후 경제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수 부진 및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압박이 정치권 안팎에서 커지는 데다 향후 조기 대선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을 조기집행하면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1분기에 조기집행 효과가 어떤지, 조기집행에도 불구하고 예산 투입이 필요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확장 재정에 우려를 표하며 추경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예산 조기집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살핀 뒤 논의를 할 수 있다며 차츰 입장이 변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1월부터 추경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면서도 “대통령 탄핵과 국무총리 탄핵까지 이뤄졌고 대내외 리스크 확대, 내수 부진 등 경기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민의힘으로선 추경 논의를 서두를 이유가 많지 않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 측에서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등에 쓸 추경 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추경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준 건 정치권 안팎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 내에서도 경제가 어렵다면 추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다 지난 16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추경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도 “경제가 혼란스럽고 내수가 너무 부진해 추경이 필요한 건 맞다”며 “내수와 관련이 큰 건설, 레저, 여가, 관광 분야 투자 활성화와 카드세액 공제 등 소비진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가 더 나빠지고 국민의힘이 추경 논의를 외면할 경우 경기 침체 책임론에 부딪힐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에서 야당과의 국정 주도권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집권여당임을 강조해왔는데, 추경 논의가 늦어질 경우 여당을 향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추경을 조기 대선용 카드로 쓰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추경을 정략적으로 활용해 표심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경을 계속 반대하면 향후 경기침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당은 향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표심 확보를 위해서도 추경 논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여당이 추경 주도권을 두고 야당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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