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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리딩 피해자에 ‘2차 사기’…“증권범죄 대응 강화해야”

최훈길 기자I 2023.09.21 19:00:00

[피해자 두 번 울린 불법 리딩방]②
리딩방 피해구제 소식 듣고 접촉했는데
초반엔 구제 받고 이자 수익 매주 생겨
알고 보니 폰지사기, 일대일 불법 리딩
검거해도 느림보 조사, 솜방망이 처벌
“속타는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바꿔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1차 피해보다 더 큰 2차 피해를 봤습니다. 피해금은 담보 대출을 받은 돈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약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습니다.”

주식 리딩방 사기를 당한 뒤 또다시 2차 사기를 당한 A씨는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다. 피해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엄벌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사기 피해 구제해준다며 접근…교묘한 수법에 당해

주식 리딩방 사기 피해자들이 또다시 2차 사기를 당한 건 교묘한 수법 때문이다. 이들 피해자 상당수는 주식·코인 피해를 구제해준다는 네이버 카페를 방문했다가 T사를 알게 됐다. 이 회사의 대표는 T사 대표직과 함께 이같은 시민단체 성격의 활동을 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 카페를 찾은 주식 리딩 피해자들은 T사 대표의 도움을 받아 가입비 등 피해금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다. 1차 피해의 일부를 구제받은 피해자들은 이 대표를 통해 T사 직원 L씨를 소개받았다. 직원 L씨는 자신을 주식 전문가이자 강남에서 성공한 투자자인 ‘이용관 이사’로 소개했다. 이어 가입비 1000만원을 내면 주식 리딩을 통해 매달 2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공언했다. 피해자들이 망설이자 잘 아는 KB증권 전무가 투자를 이끌어준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이 망설이면 실제로 돈을 꽂아주는 방식을 썼다. 투자하면 매주 수수료(이익)로 3~8.2%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다. 실제로 초반에는 피해자들의 계좌로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돈이 입급됐다.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자, 직원 L씨는 “투자금을 올리면 이자를 더 주겠다”고 유혹했다. 처음에 몇백만원 투자했던 것은 어느새 수천만원으로 불어났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의심도 들었지만 피해자들은 선뜻 돈을 맡겼다. 한 피해자는 “1차 사기 피해를 당한 뒤 속수무책 상황에서 T사 대표의 도움을 받다 보니 뿌리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유명 방송인 등이 함께 투자했다는 사실에 안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관 이사’ 명함을 준 직원 L씨의 실제 이름·직함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리딩방에 가입했던 피해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게 됐다.

L씨 등이 지급한 이자는 투자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것임도 밝혀졌다. 피해자들은 직원 L씨 등을 상대로 한 단체 고소장에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폰지사기로 다시 돌려막기를 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회사에 따르면 직원 L씨는 위촉영업직으로 고용돼, 주식 리딩 가입자를 유치하면 회사에 가입비를 건네고 가입비의 30%가량을 수당으로 받았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월급은 따로 없었다. 주식 리딩 가입자를 많이 유치해야 가져가는 수당이 늘어나는 구조다.

◇당국 조사 기간에도 불법…‘속도전’ 낼 수 있도록 대응체계 개편 필요

특히 직원 L씨는 유료로 가입비(1000만원 안팎)을 받은 뒤 일대일 주식 리딩을 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일대일 유료 주식 리딩을 하려면 투자자문업에 등록해야 하지만 확인 결과 T사는 유사투자자문업체로만 등록돼 있다. 올해 4월 주가조작 사태 당시 라덕연 일당이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하고 불법으로 리딩을 하면서 ‘전문 투자자’ 행세를 한 것과 같은 수법이다.

게다가 T사 대표는 공모·방조 의혹에 대해 “회사도 피해자”라고 선을 긋고 있다. 두 번이나 리딩방 사기를 당한 투자자들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L씨가 이미 잠적한 지 20일이 넘은 상황에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다. 검거가 되더라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지도 불투명하다. 관련 혐의에 대해 그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피해를 당했을 당시 금융 당국은 리딩방 등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었다. 당국의 특별 단속까지 피해갈 정도로 사기 등 수법이 발달하고 있지만,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인력과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 당국의 조사권한이나 규모가 미미해 증권 등 범죄 발생부터 법원 선고까지 통상 37개월이 걸리다 보니 사기를 뿌리뽑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가장 먼저 적발하고 조사하는 금융당국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의 시각에서 ‘불공정거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금융위·금감원으로 흩어져 있는 조사 기능을 근본적으로 하나로 통합하거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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