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소설 스타트업 다품다의 김태연 대표는 국내 첫 AI작가와 쓴 소설을 출간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AI 작가 비람품과 함께 쓴 소설 ‘지금부터의 세계’(파람북)을 출간했다. 책은 지체장애인 아마추어 수학자, 수학과 교수, 정신의학과 의사, 천체물리학자 등 다섯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김 대표가 소설의 주제와 소재, 배경, 등장인물 등을 설정했고, 비람풍이 글을 집필했다. 김 대표는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의미있는 프로제트를 진행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람풍은 다품다와 자연어 처리(NLP) 스타트업 나매쓰(가명)의 협업으로 탄생시킨 AI다. 지난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에 참여했던 김 대표가 AI소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김 대표는 지난해까지 6년 가까이 소설 집필에 필요한 1000여종의 자료들을 비람풍에게 딥러닝 시켰다. 단행본 소설은 저작권 및 표절 논란이 생길 수 있어 학습시키지 않았다. 대신 김 대표가 과거 썼던 ‘폐쇄병동’‘그림 같은 시절’ 등 작품을 학습 시켰다. 김 대표는 “비람풍이 아직 아무 소설이나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내 소설에 특화된 AI작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직은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을 짜는 건 인간의 영역”이라며 “비람품이 사람으로 치면 ‘대필작가’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김 감독이 ‘용감한 공주가 사악한 왕자에게 사로잡힌 용을 구출하러 가는 이야기를 써줘’라고 입력을 하고 시작 부분을 쓰면 비람풍이 그 세부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그는 “AI가 복잡한 소설을 구상할 능력 자체는 없다”며 “다만 떠올린 구상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긴 집필 과정의 번거로움을 혁신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람풍의 집필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문장력은 사실상 거의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깔끔하다. 제법 기교를 부리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비람풍이 학습한 지식을 활용해 세부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준에서 깜짝 놀랐다”며 “어지간한 박사도 저리 가라할 정도로 박식했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써내린다든가, 김 대표의 의도와 다르게 이야기가 엉뚱한 샛길로 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흠이었고 지적했다. 그는 “비람풍이 지난해 10월 집필을 마쳤을 때 분량은 1000페이지에 달했다”며 “이후 내용을 줄이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래에 는 소설가라는 직업 대신 ‘소설감독’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감독은 영화 제작을 총괄하는 영화감독과 비슷하다. 그는 “영화감독은 스토리보드를 짜고 소품을 준비한 다음 정해진 촬영장소에서 배우들에게 연기를 주문하며 세부적인 오더를 내린다”며 “소설 감독도 비슷하다. AI작가에게 원하는 내용에 대한 명령을 내리고, 조정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AI 소설들이 잇달아 등장할 것”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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