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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 회장, 올해 연료전지·면세점서 성과 낸다(종합)

성문재 기자I 2016.03.02 18:11:56
박용만(왼쪽) 두산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박용만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큰 조카인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 승계하면서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의 체질 개선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 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4년간 박용만 회장이 외형 확장을 통해 두산을 글로벌 그룹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면 박정원 회장은 그룹의 내실을 보다 탄탄히 다지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중대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그룹 안정화 작업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연내 국내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을 신속하게 마무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박정원 회장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있을 두산 정기주총 및 이사회를 거쳐 28일 두산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마침 이날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1조13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박정원 회장에게 주어진 부담을 일부 덜어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다음 달 안으로 양수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그룹의 경영 정상화뿐만 아니라 자신이 닦아놓은 성장의 틀을 얼마나 빨리 정상화하고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느냐가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는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을 이끌면서 지난 2014년 연료전지 사업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국내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업체인 미국의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두산이 면세점 사업 특허권을 신규 취득하는 쾌거를 올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글로벌 두산’ 일등공신 박용만 회장 용퇴

지난 2012년부터 만 4년간 두산그룹 회장직을 수행한 박용만 회장은 탁월한 경영역량을 발휘해 내수중심의 소비재 기업이던 두산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두산그룹은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두산의 이같은 변신 성공스토리에서 인수합병(M&A)은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미국 밥캣 인수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박용만 회장은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고, 적정한 가격에 나와있다면 M&A를 통해 경영스피드를 끌어 올려야한다”며 “30층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선두 기업은 20층, 우리는 15층에 있다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출발층수를 18층, 19층에 올려놓아야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의무이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M&A”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042670) 회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작기계 사업부의 매각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 만큼 우량 자회사 두산밥캣의 상장에 보다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사업부 매각과 자회사 상장을 통해 2조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5조원 규모의 순차입금으로 인한 연 3000억원 가량의 이자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으며 추가적인 재무구조 안정화 작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창업 3세 형제경영에서 ‘4세 경영’ 첫발

두산의 모태는 창업주 박승직 선생이 지난 1896년 서울 배오개 시장(종로 4가)에 차린 ‘박승직 상점’이다. 이후 1946년 박승직 선생의 장남 고(故) 박두병 초대 회장이 박승직 상점을 두산상회(현 두산글로넷)로 바꾸면서 두산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박두병 회장은 맥주사업으로 사세를 키웠고 이후 1981년 장남 박용곤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으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가 시작됐다. 이후 30여년 간 용오, 용성, 용현, 용만 등 다섯 형제가 회장직을 차례차례 맡으면서 3세 형제경영을 이어왔다.

3남 박용성 회장이 2005년 총수로 추대되면서 ‘형제의 난’이 일어나고 전문경영인이 총수를 대행하는 등 두산의 형제경영에도 일시적인 부침이 있었지만 4남 박용현 회장이 2009년 지주회사 ㈜두산을 출범시키면서 다시 안정을 찾았다. 이후 3년만인 2012년 5남 박용만 회장이 총수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의 두산그룹을 만들었다.

박정원 회장 체제는 곧 두산 오너 4세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게다가 앞으로는 형제경영을 넘어서 사촌형제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주회사 체제가 이미 기틀을 잡은 만큼 향후 두산그룹의 경영 구도는 사촌형제간 계열사를 나눠갖고 독립하는 계열분리보다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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