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에 트럼프 反DEI까지…'플러스 사이즈' 모델 일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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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4.15 17:09:43

오젬픽, 미적 기준 재편…''날씬한 몸'' 선호 심화
"살쪘다고 일자리 사라져"…끝내 체중 감량하기도
트럼프 DEI 퇴출 기조 맞물려 조롱·적대 인식 증가
"모델이 뚱뚱" 소비자 불만 등 바디 포지티브도 쇠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체중 감량제 ‘오젬픽’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패션 업계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밀려나고 있다. 마른 체형의 모델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미적 기준이 재편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과 맞물려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설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ity) 운동도 쇠퇴하고 있다.

(사진=AFP)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한때 영국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스카이 스탠들리는 “최근 들어 캐스팅 요청이 급감했다. 예전엔 여러 브랜드로부터 꾸준히 연락이 왔지만 지금은 아예 연락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스탠들리는 2021년까지만 해도 라이징 스타로 불리며 돌체앤가바나, 가니, 리한나의 새비지 X 펜티 등 굵직한 브랜드들과 협업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은 정말로 힘들었다. 일감이 너무 줄었다. 작년엔 두어번 밖에 일하지 못했다. 가장 힘든 또다른 한 해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는 3주 전 에이전시마저 떠나야 했다.

아디다스, H&M, 룰루레몬 등의 브랜드에서 일했던 모델 겸 사회운동가 니오미 니콜라스-윌리엄스는 아직 협업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핸드 모델로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파트타임 일자리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일부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은 결국 체중을 감량하기 시작했고, 모델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오젬픽이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는 오젬픽을 체중 감량 등 미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폭증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선 ‘날씬한 몸’에 대한 미적 기준이 다시 강요되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1990년대 ‘헤로인 시크’(heroin chic) 유행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DEI 프로그램 퇴출 기조와 맞물려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및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의류 브랜드 스내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델들이 너무 뚱뚱하다는 불만이 하루에 100건 이상 접수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오는 부정적이고 증오적인 댓글을 삭제하기 위해 별도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디 포지티브 운동도 쇠퇴하고 있다. 바디 포지티브란 있는 그대로의 몸을 긍정한다는 의미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대표하는 운동으로 꼽힌다.

니콜라스-윌리엄스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온라인에서 조롱과 괴롭힘을 받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브랜드들이 사이즈 포용성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을 때 그러한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쉽게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델 겸 바디 포지티브 운동가인 테스 홀리데이도 최근의 흐름에 대해 “커다란 퇴보”라며 “이제 브랜드들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진정성이 사라졌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중심에 세우던 몇 년 전의 모습도 더는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물론 여전히 다양한 체형을 반영하려는 브랜드가 존재하며, 일부 디자이너들도 패션쇼에서 커브 모델을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브랜드나 디자이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모델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로 옷이 플러스 사이즈로 제작되지 않아 모델이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 오랜 기간 노력해야 한다”며 “오젬픽이 미적 기준을 재편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진정한 다양성이 무엇인지를 사회 전체가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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