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감시카메라에 월북자가 다섯 차례 이상 포착됐지만, 군 당국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또한 철책을 넘을 당시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정상 작동했음에도 현장 지휘관은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급 부대에 보고하지 않는 등 부실 경계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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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합동참모본부는 ‘철책 월북’ 사건 관련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합참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전비태세검열단장 등 17명을 급파해 조사에 나섰다. 특히 이 월북자는 지난 2020년 11월 같은 지역 철책을 넘어 우리 측으로 귀순했던 탈북민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합참에 따르면 군이 월북자를 최초로 식별한 시각은 당일 오전 0시51분경이다. 인근 민통초소 관리 폐쇄회로(CC)TV를 통해 월북자를 식별한 군은 당시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방송을 했다. 월북자는 방송을 듣고 순순히 인근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월북자가 다시 군 감시망에 포착된 건 같은 날 오후 6시36분경 우리 군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다. 당시 철책에 ‘절곡’(부러져서 굽어짐) 현상으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경고등·경고음이 발생해 소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초동조치 조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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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GOP 감시카메라 3대에 월북자가 철책을 넘는 모습이 총 5회나 포착됐지만, 감시병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는 과정에서도 영상이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특이상황이 아니라고 오판한 것이다.
철책에 절곡 등 이상이 감지될 땐 지침상 상급부대나 대대장에게 보고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은 현장 상황과 영상에 특이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오후 9시17분경 열상감시장비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월북자를 다시 식별한 군은 곧바로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월북자는 오후 10시49분경 MDL 이북에서 식별된 후 2일 오전 0시48분경 우리 군 감시망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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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군의 안일한 대비태세를 질타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전선 창끝부대의 군 기강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라며 “22사단에 가면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지 못한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앞으로 더 철저한 방비태세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군은 고개를 숙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경계시스템보다 사람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원인철 합참의장도 “경계태세를 책임지는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군은 내일(6일) 합참의장 주관으로 ‘긴급작전지휘관회의’를 열어 이번 조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사건이 일어난 22사단의 상급부대인 8군단장 책임하에 경계작전부대 임무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기간도 운영한다. 다음 달부터는 합참 차원에서 경계작전부대 임무수행 현장 점검도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