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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과거 ‘용산참사’ 사건과 관련, 경찰에 대해 소극적 수사를 했다고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는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에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위원장 권한대행 정한중)는 31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용산지역 철거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이 같은 내용의 심의해 발표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19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상가 임차인들이 건물옥상에서 농성을 시작하자 이튿날 아침 서울지방경찰청 특공대가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철거민 9명과 경찰 특공대원 21명 등 30명은 상해를 입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본부는 이 사건에 대해 농성자의 시너 투기와 화염병 투척으로 화재가 일어났다고 판단, 농성자 20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으로 기소했다. 철거용역업체 직원 7명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기소했다. 반면 경찰에 대해선 진압작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이 농성장 주변의 화재발생 위험이 매우 컸는데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진압작전을 강행한 건 경찰청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거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진압작전의 최종 결재권자인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서면조사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위는 “무리한 진압작전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대상에서 서울청장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누락했다”며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농성자들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과 등사 신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검찰이 철거용역업체와 경찰의 유착관계 의혹을 소극적으로 수사했다고도 평가했다.
경찰이 당시 시신 6구에 대해 유족의 참여를 배제한 채 영장 없이 긴급부검을 하도록 검찰이 수사지휘한 부분도 문제삼았다.
과거사위는 “사망한 철거민 유족들은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사전통지나 참여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시신이 부검된 것을 가장 억울해 했다”고 전했다. 부검절차가 법원의 영장에 의해 집행되고 유족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참여했다면 유족의 검찰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는 상당 부분 해소됐을 것이라고 과거사위는 짚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유족에 대한 통지 없이 시신 긴금부검을 집행한 것과 법원의 결정에도 수사기록 일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이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단 조사과정 불거진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당시 검찰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지난해 8월 ‘용산화재사건 재조사 대상 선정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시작으로 9차례에 걸쳐 의견서를 직접 또는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조사단에 제출했다. 그 중 한 의견서에는 “조사단의 조사 내용은 허위이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이견과 다툼에 대해 사법적 쟁송절차를 통해 판단받겠다(수사팀 중 일부는 정부의 공식조사에서 허위로 조사 관련 문서를 작성한다는 것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고발을 언급함)”는 내용도 있었다.
과거사위는 상당수 의견서가 검찰 내부통신망으로 제출돼 경위와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의 대상인 검사들이 조사단원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