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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국제유가가 갑작스럽게 5% 이상 급락했다. 석유수출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 이행으로 인해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던 유가가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이는 감산 대상국이 아닌 미국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과잉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5.4% 하락해 3개월만에 최저치인 배럴당 50.28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5월 인도 브렌트유는 5.3%하락해 배럴당 53.11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작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루 하락폭으로 작년 2월 이후 13개월만에 최대다.
OPEC 감산 합의에도 美 재고는 증가…커지는 공급과잉 우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미국 원유재고가 820만배럴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170만배럴을 4배 이상 넘어서는 수치다. 원유재고는 9주째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작년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산유량 감산 합의 이후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저유가의 원인이었던 원유 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면서 전날까지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배럴당 52달러, 55달러까지 회복했지만 미국 원유재고라는 악재 한방에 얻어맞고 급락하고 말았다.
미국 원유재고가 이처럼 늘어난 건 OPEC이 감산을 이행하는 와중에 유가 회복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산업 규제 완화 계획에 미국 업체들이 원유와 셰일가스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 에너지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시추규모는 10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셰일가스 등 에너지 생산량은 현재 연간 4500억입방미터에서 향후 20년간 6000억 입방미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석유업체 로열더치셸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만 돼도 셰일생산 수지가 맞다”며 셰일 생산 확대를 밝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은 7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IHS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연례 컨퍼런스에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간 감산 합의가 미국 셰일생산자들의 생산 확대를 야기해 유가 안정화를 꾀하는 우리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글로벌 메이저업체인 프랑스 토탈의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는 “원유시장은 OPEC 감산 합의 같은 가격 상승요인과 재고 증가라는 하락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로드 함 컨티넨털 리소스 회장은 “미국 에너지 생산 확대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에너지주·원유 수출국 통화도 하락…5월 OPEC회의에 촉각
유가 급락에 투자자들도 에너지주를 빠르게 팔고 있다. 이날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내 에너지업종지수는 전날보다 2.5%떨어졌다. 작년 9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다. 유가 하락에 에너지 수출국 통화도 하락세를 보였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전거래일보다 1.2% 떨어져서 1달러당 58.89루블을 기록했고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1.1% 떨어져 달러당 13.12랜드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크로네와 캐나나달러화도 미국 달러화에 비해 각각 1.1%, 0.6% 떨어졌다. 다만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이 CERA컨퍼런스에서 “미국 재고량이 데이터가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데 글로벌 전체 원유량을 보면 줄어들고 있다”며 “수개월 내 이런 트렌드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공급과잉과 유가 하락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리긴 했다.
시장은 5월 열리는 OPEC 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석유가격 향방에 대한 시그널을 기대하고 있다. OPEC은 이 회의에서 현재 감산 이행 상황 등을 바탕으로 당초 6월까지로 예정된 감산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OPEC이 작년 11월 감산에 합의하면서 공급 우려 해소 기대에 유가는 지금까지 20% 정도 상승했다. OPEC 감산 결정 이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51달러, 크레디트스위스는 56.25달러, 골드만삭스는 57.90달러대로 각각 예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