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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주변 인사들이 이미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고 친서도 교환한 그가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접근하는 게 북한과의 관계를 풀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논의는 가변적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최종 결심을 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당초 외교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엔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 문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부터 처리하고, 북미 정상회담은 추후 논의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연동된 북한 문제를 집권 초 ‘리더십’을 과시할 수 있는 외교 현안으로 판단한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짐을 풀기도 전부터 북미 정상의 직접 대화 가능성이 불거지자 양쪽의 의지에 따라 협상이 이른 시일 내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 대한민국 판문점에서 세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났고 친서도 여러 번 교환했다. 이번 대선 운동 과정에서도 “김정은은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거나 “핵을 가진 자와는 잘 지내는 게 좋다”며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또 당선이 된 후에도 집권 1기 대북특별부대표를 역임하며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부 보좌관으로 지명했다.
김 위원장도 대화 의지는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1일 연설에서 그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超) 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미국의 자세 변화 여부에 따라 트럼프와의 대화 여지는 열어두는 ‘탐색적 태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韓 패싱·통미봉남 재연 우려…성사 가능성은 지켜봐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는 워싱턴으로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미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과 미국이 긴밀하게 사전에 조율해야 된다”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리를 패싱한 채 대화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라며 김 장관의 발언을 부연했다.
하지만 남북 직통 전화 등 대화 통로는 사라진 데다 트럼프 2기 들어 공고한 한미관계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에 거래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도 ‘적대적 두 국가론’을 펼치며 한국 정부가 중재자로 개입할 공간을 봉쇄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미 정상회담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상반기께 추진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준비와 대응책이 있는지는 불확실하고 불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 인수팀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 조기 회담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트럼프 1기와 달리 북한은 러시아와 사실상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은 더욱 고도화된 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
통일연구원 원장을 지낸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1기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또 성사시킨다 해서 하노이와 달리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북한의 핵 능력 감축이나 동결 등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경우 비핵화를 추구하는 우리 정부로선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