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 대회', 1등 누구?…"한화 경기 보면 멍때리게 된다"

권혜미 기자I 2022.09.19 21:59:52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한화 경기를 멍하게 본다는 생각으로 멍때렸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돌아온 ‘2022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최종 우승한 남성이 밝힌 소감이다.

지난 18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한강 잠수교에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진행됐다. 대회 지원자는 총 3800명으로 배우 엄현경, 고등학생, 자영업자, 경찰 등 50팀이 선발됐다.

대회 규칙은 간단하다. 주어진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으로, 참가자들과 누가 더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지를 겨룬다.

18일 오후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2022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0분간 참가자들의 심박수를 15분마다 확인해 가장 안정적인 평균 심박수를 보인 팀이 뽑히는 방식이다.

대회 중엔 말을 할 수 없지만 마사지·물·부채질 등의 카드로 원하는 서비스를 한차례 받을 수 있다.

이날 서울의 한낮 기온은 32도로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결국 기권을 한 참가자들도 나타났으며, 시민 투표와 참가자별 심박수 체크 결과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다.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 30대 김명엽(31)씨로, 서울에 사는 그는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참여했다.

‘2022 한강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 김명엽(31)씨.(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김씨는 “한화 경기를 본다는 자세로 멍때렸다”며 “한화 경기를 보면 자동으로 멍때리게 되고, 이렇게 10년을 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사실 응원하는 팀이 받을 수 없는 등수를 받은 거 같은데 이것으로 만족한다”면서 “어렵지 않았다. 한화 경기를 보면 자동으로 멍때리게 되는데 그렇게 10년을 갈고 닦다 보니 그냥 한화 경기 본다는 생각으로 멍때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대회를 주관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한강에서 생각을 비우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떨치길 바라는 마음에 대회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한강공원을 다양한 문화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6년엔 가수 크러쉬가 대회에 참여했다가 최종 우승까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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