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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력 수급의 30% 이상을 도맡은 원자력발전(원전)은 국내 20여 발전소 부지 내 사용 후 핵연료, 즉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공간이 포화해 지하 공간의 별도 저장시설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부지 선정 절차를 비롯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며 원전의 지속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정부는 2016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고준위 방폐물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관리할 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37년짜리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여기에 필요한 연구에도 착수했으나, 특별법 제정 없인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여야도 특별법 제정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지만, 원전 확대·축소를 둘러싼 이견 차이로 앞선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의 논의도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5명의 의원이 5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소관 상임위(산중위) 심사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산중위는 26일 처음으로 법안소위에 이 특별법을 상정할 예정이다.
원자력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탄소중립의 효과적 달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원전 안전 운영과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을 더는 늦춰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미래 세대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고 원전 소재 지역 주민의 걱정을 덜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백식 원자력산업협회 부회장은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관리체계 확립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원전산업계 최대 현안”이라며 “22대 국회 여야가 협치와 합의의 정신으로 특별법을 통과시켜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학회장 정재학)도 같은 날 동일한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학회는 “22대 국회가 출범 3개월여 만에 5건의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각 법안이 21대 국회 때 합의한 사항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22대 국회에서야말로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후 46년 동안 기약 없이 미뤄온 고준위 방폐물 입법불비를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학회는 “앞선 20~21대 국회 때 관련 법안이 폐기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22대 국회에서도 앞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지울 수 없다”며 “핀란드와 스웨덴,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일본, 독일, 영국 등이 방폐장 부지를 선정했거나 선정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우린 다음 세대에 미루려 책임을 회피한 것 말고 무엇을 했는지 자괴감이 들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입장에 따라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하며 보완해도 충분할 것”이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22대 국회의 특별법 조속 제정을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