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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신재천(92) 할아버지는 북측 여동생 신금순(70)씨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금순 씨는 “개성에서 (김포시) 금포(리) 금방이잖아. 빨리 통일이 돼야 해”라고 답했다. 신 할아버지는 “내가 차 가지고 가면 40분이면 가는데… 왕래가 되면 배불리고 가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박3일 간의 꿈같은 가족상봉이 끝났다. 남북 이산가족은 22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작별 상봉과 오찬 행사를 가진 뒤, 다시 남과 북으로 갈라져 귀환길에 올랐다. 이날 가족들은 기약 없는 헤어짐에 눈물을 흘렸다. “상봉이 모두 끝났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북측의 두 딸을 만나러 온 한신자(99) 할머니는 오열하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김경실(72)·경영(71) 씨도 “어머니”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작별상봉장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은 만남의 징표를 건네고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정을 나눴다. 문현숙(91) 할머니는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간 반지와 시계를 꺼내 북측의 두 여동생에게 채워줬다. 거동이 불편해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북측 여동생의 선물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한일(91) 할아버지는 북측 여동생 영화(76) 씨의 팔을 끌어당기며 전날 건네 준 시계를 잘 차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는 “잊어버리지 말고 차고 다니라”고 당부했다. 몸이 좋지 않아 전날 오후 단체상봉 때 참석하지 못했던 김달인(92) 할아버지도 이날 작별상봉에는 참석해 북측 여동생 유덕(85)씨와 사진 촬영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아들과 만나면 “너도 술 좋아하냐”라고 묻고 싶다고 했던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이날 남측에서 가져온 소주를 한 병 가지고 상봉장에 왔다. 그는 물 컵에 소주를 따라 아들 리강선(75)씨와 함께 나눠마셨다. 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누는 소주였다. 이씨는 말문이 막히는 듯 소주만 들이키다 말없이 탁자에 놓인 사과를 아들 앞에 밀어줬다.
한편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행사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에서 24~26일 열린다. 2차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남측 상봉단은 오는 23일 속초에 집결해 이산가족 상봉 접수와 방북교육, 건강검진 등을 받고 24일 방북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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