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발칵’…사실무근 진화에도 불씨 ‘여전’
이 수석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태 의원과 공천 문제 관련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며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서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MBC가 보도한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을 해명하기 위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의원회관에서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에게 ‘이 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을 옹호하는 말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발언했다. 이날은 김기현 지도부를 선출한 3·8 전당대회가 치러진 직후인 바로 다음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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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광온 의원을 만나러 온 이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태 최고의원이 언급한) 제주 4·3사건 문제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얘기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 적은 있다. 나머지 문제는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당 녹취록 발언을 부정하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기현 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태 최고의원)이 분명히 부풀려졌다고 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말(공천 문제)을 한 적이 없는데 했다고 왜 질문을 하냐”며 다소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였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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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해명에도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당은 물론 비윤계에 속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관련 발언이 사실이면 검찰 고발은 물론 의원직 사퇴도 고려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는 8일 열리는 당 윤리위원회에서 잇단 실언으로 안건에 포함된 태영호 의원 징계 수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 SNS에 “태 의원의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면서 “(만약) 태 의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도 “(3·8전당대회 이후) 당선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여당 최고위원에게 대통령실에서 주문한 것은 민생도, 국익도 아닌 ‘용비어천가’였다”면서 “여기에 해서는 안 될 공천까지 언급됐다는 보도를 해프닝처럼 넘어가려 하면 안 된다”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향후 당내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와 집권여당 최고위원이 대통령과 당 대표를 패싱하고 ‘공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선출 직후 윤 대통령의 일본 외교 관계나 방미 성과에 대해 찬양 일색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모종의 거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녹취록이 사실이면 공천을 매개로 좋게 말하면 당정 간 거래, 나쁘게 말하면 대통령실이 협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당 지도부에서 권고하거나 문제가 된 당사자가 직접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든 사퇴해 결자해지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