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신약 상용화 일정 지연에 성토장 된 제넥신 주총

김새미 기자I 2023.03.30 17:25:49

‘이사 보수한도 승인’ 현장 표결…주총만 1시간10분 소요
GX-188E 조건부승인 지연에 ‘상업화 1호 후보’ GX-E4로
4개 품목 상용화 집중하겠다더니 연내 기술도입 추진?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한 번도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임상) 일정과 맞아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30일 서울시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제넥신(095700) 정기주주총회는 소액주주들의 성토장이 됐다. 소액주주들은 제넥신이 내세웠던 신약개발·허가 등 상용화 계획 일정을 거의 지키지 못한 게 최근 지속적인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제넥신의 주가는 2020년 9월 13만8219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을 거듭해 올해 초부터 1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제넥신 소액주주가 주총장에 설치한 현수막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이사 보수한도 승인’ 현장 표결…주총만 1시간 넘겨

소액주주 운동이 조직화될 기미도 보였다. 이날 주총장에는 주총 시작 전부터 한 주주가 소액주주의 위임장을 모으기 위한 연판장 동의서를 배포하고 있었다. 주식 모으기 운동을 통해 주주와 회사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됐지만 주주들의 질의가 계속되면서 진행에 안건 보고조차 차질을 빚었다.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기타비상무이사 이혁종 연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등 안건 보고에만 54분이 소요됐다.

상정된 안건 중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현장에서 반대하는 주주들이 등장해 표결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넥신은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 15억원 중 13억7000만원(한도 대비 91.3%)을 집행했기 때문에 올해 이사 보수한도를 20억원으로 늘려달라는 안건을 올렸다. 해당 의안은 참석 주식수 중 찬성 731만6723주(88.2%) 반대 및 기권 97만4809주(11.8%)로 가결됐다. 나머지 의안은 모두 무난하게 통과됐다.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제넥신의 주총은 10시 10분에서야 끝났다. 이후 닐 워마(Neil Warma) 제넥신 대표가 올해 경영계획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고, 오전 11시부터 주주간담회를 시작해 12시25분에 종료했다.

◇‘상업화 1호 신약 후보’ GX-188E→GX-E4 바뀐 이유는

특히 워마 대표가 발표하면서 드러난 일부 파이프라인 임상·상업화 일정 지연 문제와 연내 추가 파이프라인 기술도입(라이선스인) 계획이 주주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지난해 4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워마 대표는 제넥신의 파이프라인 26개 중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 △자궁경부암 DNA백신 ‘GX-188E’ △만성 신장질환 관련 지속형 빈혈증 치료제 ‘GX-E4’ △림프구 감소증 치료제 ‘GX-I7’ 등 4개 파이프라인에 역량을 집중해 1~2년내 상업화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었다.

닐 워마 제넥신 대표는 30일 주총에서 2023년 경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요 파이프라인의 상용화 계획 일정을 공개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제넥신의 상용화 1호 신약’으로 유력한 후보는 GX-188E였지만 이번 발표에선 GX-E4로 바뀌었다. 우정원 제넥신 사장도 상용화 준비 중인 4품목 중 가장 제품화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으로 GX-E4를 꼽았다. 우 사장은 “GX-E4는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에서 1차 신약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고 검토 들어갔으니 가장 빠르게 결과 나올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BLA는 신청 후 허가까지는 1년~1년 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에는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상용화 1호 신약 후보가 바뀐 데에는 GX-188E의 조건부허가 예상 시점이 밀려난 탓이 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허가를 신청했어야 한다. 그러나 GX-188E는 지난 1월 식약처로부터 신속처리대상(FTD, Fast Track Designation)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지정되는 데 그쳤다.

우 사장은 “조건부허가에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필요한데 작년 말에 신청 가능하다는 것은 모든 상황이 베스트일 경우를 가정한 것이었다”며 “식약처와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논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우 사장은 “GX-188E 임상은 지난해 말에 끝냈고, 최종 결과보고서도 나왔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모든 서류가 (허가) 신청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마 대표는 GX-188E에 대해 국내 식약처의 조건부허가뿐 아니라 글로벌 전략(다국가 임상)과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워마 대표는 “조건부허가든 정식 품목허가든 DNA 백신은 전 세계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포함 승인된 사례가 없다”며 “DNA 백신 최초 승인 사례라서 식약처가 조건부승인 트랙을 통해 허가 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개 품목 상용화 집중하겠다더니 연내 기술도입 추진?

뿐만 아니라 워마 대표는 연내 1~2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기술도입(License-in)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공개했다. 이에 주주들은 4개 품목의 상용화에만 집중하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제넥신은 새로운 파이프라인 기술도입에 수십억원대의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종양학, 희귀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에 중점을 두고 후기 전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눈여겨볼 계획이다.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1년 앞둔 신약후보물질을 들여 신성장동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워마 대표는 “추후 미래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활동도 필요하다”며 “신약개발 기간은 상당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검토해두지 않으면 제넥신이 제품 출시 이후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 주주는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걸 굳이 지금 시작할 필요는 없다”며 “이건 파이프라인 집중화가 아니라 또 다른 문어발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주주들의 극심한 반발에 홍성준 제넥신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홍 대표는 “전임상 단계의 신약후보물질을 라이선스인 대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수백억원 정도의 계약금(upfront)이 드는 게 아니다”라며 “무리해서 추진하진 않겠다”고 약속했다. 워마 대표도 “계약금을 반드시 현금으로 100% 충당하기보다는 공동개발 등의 방식으로 상쇄하는 방법이 있다”며 “기술도입 가격 범위는 제넥신이 감당 가능한 여력 내에 있는 품목 위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 타개할 김영진 한독 회장·성영철 전 회장 등판 요구도

한편 한 주주는 제넥신의 최대주주인 한독 김영진 회장이나 성영철 전 제넥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셀트리온에서는 서정진 회장이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며 “적어도 대주주인 김영진 한독 회장이 나오든지, 아니면 성영철 전 제넥신 회장이 복귀하든 해서 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난색을 표했다. 홍 대표는 “제넥신의 1·2대 주주들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운을 뗐다. 제넥신의 1대 주주는 한독(지분율 15.04%)이며, 2대 주주는 성영철 전 회장(지분율 5.91%)이다.

홍 대표는 “김영진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했지만, (부진한) 매출에 책임지라는 것이 이사회에 요구할 사안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사회 의장일 뿐이지, 전권을 갖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위치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홍 대표는 성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요구에 대해 “창업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단지 주주니까 경영자로서 책임지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성 전 회장이 사임한 게 벌써 2년 전 일이고, 이사회에서 사임한 지도 1년이 넘었다”고 언급했다.

제넥신은 30일 정기 주총을 마친 후 주주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닐 워마 대표 통역인과 닐 워마 대표, 홍성준 대표, 우정원 사장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