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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해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단 직권남용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원심의 형이 무겁다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원장은 계엄 선포 후인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 37분께부터 4시 4분께까지 방송보도부장과 편집팀장으로 하여금 ‘계엄이 불법·위헌이다’라는 정치인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전 원장은 방송편집팀장 추모씨에게 “정치인 발언, 정당, 국회, 사법부 관련 뉴스는 KTV 방송 기조와 다르니까 다 빼라. 대통령 얘기, 포고령 같은 것만 팩트 위주로 넣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프리랜서 자막 전문 요원 지모씨가 지시를 거부하면서 자막이 계속 송출되자 이 전 원장은 방송보도부 부장 박모씨에게 같은 취지로 전화해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했고, 결국 일부 자막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원장 측은 이 사건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되려면 범죄사실 사이의 구체적 연관성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런 요건까지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원장이 계엄에 대한 스크롤뉴스를 선별해 삭제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구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의 공정성. 균형성 등을 위반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공무원으로서 성실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경위 등에 비춰 위법.부당의 정도가 직무 본래의 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라고 판단했다.
또 “스크롤뉴스 편성 및 운영은 피고인의 직무 권한에 속하지만, 구 방송법상 방송 및 보도에 관한 규정과 KTV 내부의 자율심의규정이 적용되므로 스크롤뉴스 편성에 관한 직무 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며 “실무담당자들에게도 스크롤뉴스에 관한 전결 권한이 존재하므로 직무 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적용할 고유한 역할과 권한이 부여돼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이 전 원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하급자들에게 미루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답변했다가 재판에서 입장을 바꾼 만큼 감사 답변의 진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뉴스특보 방송 중에는 삭제 대상 스크롤뉴스가 송출되지 않았고 삭제 지시는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특보가 끝난 뒤에 이뤄진 데 따라 국민들의 알 권리 침해 정도가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참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