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40대 직장인 A씨는 평소 주식과 공모주 청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 벤처캐피털(VC)의 자산 증식 프로젝트, 기관 공모주 선점 기회’라는 광고를 보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습니다. 운영자는 쿠팡·토스 같은 유니콘 기업에 초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VC의 심사역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실제 홈페이지에 있는 임직원의 사진과 이름, 명함까지 보여줬습니다. 방 안에서는 연일 “수익 났습니다”라는 인증 글이 올라왔고 A씨도 처음 넣은 소액에서 수익금을 실제로 돌려받았습니다.
믿음이 굳어진 그는 “일반 증권 계좌로는 기관 물량에 접근할 수 없다”는 안내에 따라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대출까지 받아 수억원을 입금했습니다. 앱 화면의 수익률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면서 출금을 요청하자 “소득세 22%를 먼저 내야 한다”, “자금세탁 방지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수천만원을 더 보낸 뒤에야 이상함을 느꼈지만 채팅방은 사라졌고 앱은 접속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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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리딩방과 보이스피싱이 결합한 조직적 사기입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기관 공모주’로 속여 돈을 받았으니 형법상 사기죄일 뿐만 아니라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면 범죄단체 관련 혐의까지 문제됩니다. 그리고 방 안의 수십 명은 대부분 피해자가 아니라 한 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익 인증을 올리던 이들 상당수는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 역할을 한 공범이고 처음에 돌려준 소액 수익금도 더 크게 뜯기 위한 미끼입니다. 앱 화면의 수익률은 전부 조작된 숫자였습니다. 애초에 실제 투자는 한 푼도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돈은 돌려받을 수 있나요. ‘전액 회수 가능’이라고 광고하는 법률사무소도 봤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 광고는 믿지 마십시오. 사기 조직은 피해금이 입금되는 즉시 대포통장 사이를 옮기거나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로 분산합니다. 이 과정이 몇십 분 안에 끝나는 경우도 있어 신고 시점에는 이미 추적이 어려운 상태가 대부분입니다. ‘전액 회수’, ‘화이트 해커와 협업해 추적’ 같은 말은 절박한 피해자에게 헛된 기대를 심어 선임료를 받는 것에 가깝습니다. 민간인이 남의 계좌나 서버를 뒤지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고 수사권은 경찰과 검찰에만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기 계좌에 잔금이 남아 있다면 신속한 고소와 계좌 지급정지가 유일한 직접 회수 수단이니 대화 내역과 송금 증빙을 보존한 채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범인이 검거되면 형사 합의로 일부를 돌려받을 가능성도 생기고 대포통장 명의인을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두는 ‘보장’이 아니라 ‘가능성’입니다.
-대출받은 돈까지 넣었습니다. 월급으로는 도저히 갚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해 회수와는 별개로 삶을 재건할 출구를 함께 찾아야 합니다. 사기로 생긴 대출이라도 갚을 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개인회생이나 파산 면책 절차로 채무 자체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길입니다. 사기 피해로 인한 채무는 본인의 낭비로 생긴 빚이 아니어서 절차에서 불리하게 취급되지 않습니다. 하나 더 살펴볼 것이 은행의 책임입니다. 평소와 전혀 다른 패턴으로 단기간에 대규모 이체가 이뤄졌는데도 은행이 별다른 확인 없이 통과시켰다면 이상거래 탐지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법원이 이런 은행 과실을 일부 인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든 사건에 되는 것은 아니고 거래 기록 분석이 먼저입니다.
-제가 어리석었던 걸까요. 주변에 말도 못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이 수법의 피해자들은 학력도 높고 재테크 지식도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 임직원 사진을 도용한 위조 명함과 조작된 앱, 수십 명의 바람잡이까지 동원된 범죄 앞에서 개인의 주의력만으로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자책은 신고를 늦추고, 늦은 신고는 회수 가능성을 더 떨어뜨릴 뿐입니다.
기억할 것은 한 가지입니다. 벤처캐피탈은 일반 개인에게서 투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 상품을 알선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으로 ‘VC 관계자’가 접근한다면 그 자체로 사기라고 보면 됩니다. 별도 앱 설치를 요구하는 순간 출금에 세금이나 보증금을 먼저 내라는 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수익 인증의 뒷면에는 언제나 조작된 화면이 있습니다. 의심되는 연락을 받았다면 송금 전에 반드시 확인부터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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