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로 들어온 예·적금을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로 유입될 신규 자금 탓에 내년 저축은행의 예금보호료(예보료) 부담도 대폭 커질 전망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예·적금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대폭 줄이고 수신 금리 인하도 단행할 계획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내년 3분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예·적금은 27조 4866억원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예·적금 40조 4076억원의 68% 수준이다.
저축은행으로서는 신규 고객 유치는커녕 오히려 들어오는 신규 예·적금을 막아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내년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면서 만기 예·적금을 넘어서는 신규 예·적금 자금이 줄 이을 것으로 보여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고객들은 예금자 보호 한도만큼 내는 특성이 있다”며 “기존 고객이 예치금을 늘리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대출 규모가 축소한 상황에서 늘어난 예수금을 운용할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이를 관리할 비용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로서 예·적금은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하므로 비용으로 인식된다. 대출은 반대로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이자를 거둬들이기 때문에 수익이 된다. 올 3분기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9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원 줄었다. 가중되는 예보료도 부담이다. 예보료는 금융사가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예보)에 내는 보험료로 예·적금 가운데 일정 비율만큼 내야 한다. 즉 예·적금 규모가 커지면 예보료 역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는 예보료 인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른 업권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권별 예보료율을 보면 은행 0.08%, 보험·증권 0.15%, 상호금융 0.2%, 저축은행 0.4%로 저축은행이 가장 높다. 다만 예보료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융당국은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 투입한 공적자금 27조 2000억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적자금 회수율을 근거로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업계는 부실 사태 원인이 된 저축은행은 사라지고, 남은 저축은행들이 책임을 떠안고 있다며 인하 목소리를 내왔다.
결국 저축은행업계는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며 “예·적금 금리 인하가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