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연준 ‘라스트마일’…다시 고개든 ‘고금리 장기화’ 우려

김상윤 기자I 2024.04.11 18:03:26

1~2월 이어 3월마저도 예상치 웃돈 인플레
서비스물가 고착화에 상품마저도 반등 우려
입지 좁아지는 파월…서머스 "금리인상 검토해야"
눈높이 낮추는 월가…금리인하 9월로 밀리나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전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 물가가 고착화현상을 보이면서 6월은커녕 7월에도 연준이 ‘피벗’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입지 좁아지는 파월 의장…래리 서머스 “금리인상 검토해야”

10일(현지시간)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표(CPI)는 예상보다 견고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여주면서, 연준이 바라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를 세차례 선제적으로 인하하면서 경기를 급격히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3%대에 고착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더 급격한 경기둔화가 없이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UBS의 이코노미스트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서비스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지난 3월 주거비와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서비스물가인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월대비 0.65% 상승했다. 지난 1월(0.85%), 2월(0.47)에 이어 여전히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4.8% 오르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했다. 3개월 연율 기준으로는 8% 이상을 기록하는 등 매우 높은 수치다. 여기에 유가마저도 최근 급등하면서 그간 잠잠했던 상품 인플레이션도 다시 가중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3월 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곳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달랬다. 하지만 3월 지표마저도 예상을 빗나가면서 파월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연준 내에서는 매파(통화긴축 선호)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는 이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단순한 통계적 오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준 내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기 전에 물가가 연준의 2% 목표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으려면 더 많은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금리 인상까지 연준이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다음 금리 행보는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강한 매파 색채를 드러냈다. 그는 3월 CPI 지표는 금리 인상 위험을 높인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15~25%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사실로 볼 때 6월 금리 인하는 연준이 2021년 여름 저지른 실수에 견줄 수 있는 위험하고 지독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2021년 인플레 위험을 과소평가하다 2022년 3월부터 빠르게 금리 인상에 나섰던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은 것이다.

◇눈높이 낮추는 월가…금리인하 9월로 밀리나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 눈높이를 확 낮추고 있다.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인하하거나 올해 세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사실상 포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장마감 시점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7%까지 뚝 떨어졌다. 7월 인하 가능성도 약 43%에 불과하다. 9월 인하 가능성은 67%다. 자칫 두차례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 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UBS는 7월 9월 두차례 금리 인하로 눈높이를 낮춰 잡았고, 바클레이스는 9월 한차례만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 최대증권사 찰스슈왑의 리차드 플린 전무이사는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일반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식으로 한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은 계단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채권 운용사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고용 보고서에 이은 인플레이션 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 첫 인하 시기는 올해 중반 이후로 미뤄질 뿐 아니라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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