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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충북 오송에서 간담회를 열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만든 22개 제약사 총 59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단 및 처방제한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을 복용한 환자 18만 1286명은 다른 제품으로 처방을 받아야 한다. 특히 지난달 중국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을 복용하던 환자 17만 8536명 중 이번에 적발된 제품으로 재처방을 받은 환자들은 또 다시 처방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 놓인 환자는 1만 5296명이다.
이원식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위해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접근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비슷한 사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 제약사도 해야하고 정부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5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자 해당 원료의약품을 쓴 것이 확인된 54개사 115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국내에서 사용 중인 모든 발사르탄제제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한달 여 진행한 조사에서 식약처는 중국 주하이 룬두가 만든 발사르탄 조품에서 NDMA가 0.12~4.89ppm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조품은 그 자체가 약리 활성을 가진 물질로 원료의약품을 만들기 바로 전 단계 물질이다. 조품의 순도를 높이면 원료의약품이 된다. 해당 조품은 대봉엘에스(078140)가 수입, 일정한 처리과정을 거쳐 국내 제약사에 원료의약품으로 공급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대봉엘에스의 원료의약품을 쓴 22개사 59개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날 0시부터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통해 해당 의약품에 대한 처방을 차단했다. 이날 조치가 내려진 제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판매중단한 발사르탄제제는 76개사 총 174개 제품이다. 이는 국내에서 출시된 전체 발사르탄제제 571개 중 약 30%에 해당한다.
발사르탄은 혈관을 수축하는 ‘안지오텐신Ⅱ’라는 효소의 기능을 막아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는 ‘ARB’(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성분이다. 발사르탄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것으로 2012년 특허가 풀리면서 수 많은 복제약이 출시됐다. ARB 계열에는 발사르탄 외에도 칸데사르탄·텔미사르탄·로사르탄·올메사르탄·피마사르탄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발사르탄의 안전성 불씨가 다시 점화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번 검출이 전수조사 결과가 아닌 절반 정도 진행된 중간결과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초 중국산 발사르탄이 문제가 되자 발사르탄을 제조·수입하는 업체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전체 발사르탄제제 중 절반 가량을 조사한 후 이날 중간결과를 발표한 것.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제조공정 상 과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NDMA가 검출될 위험성이 높은 순서를 정해 조사를 하고 있다”며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도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다른 약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 재처방이나 재조제 시 한 번은 환자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해당 약을 먹는 환자들에게 조치방안을 안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날 원료의약품 안전관리도 강화키로 하고 NDMA의 경우 0.3ppm 이하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은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기관 기준과 동일하다. 이원식 국장은 “NDMA가 의약품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제약사도 이 기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식약처는 NDMA 검출 제품을 복용했던 환자들에 대한 영향 평가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허가된 발사르탄 제품 가운데 최고 용량인 320㎎을 3년 동안 복용한 경우 자연발생적인 발암가능성에 더해 1만 1800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 충북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만 1800명 정도가 3년 동안 해당 약을 320㎎ 정도 복용했다면 그 중 한 명은 추가적으로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