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니아이는 비전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상업용 주방의 조리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업이다. 주력 제품 알파그릴은 햄버거 패티를 굽고, 조리가 끝나면 식재료를 들어 옮기는 작업을 수행한다. 현재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프랭크버거, 다운타우너 등 국내 주요 버거 브랜드 매장 60여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로봇이 불판 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읽는다는 점이다. 기존 조리로봇은 작업자가 정해진 자리에 패티를 놓아야 미리 입력된 경로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다. 패티의 위치가 바뀌거나 일부 공간이 비어 있으면 로봇이 정상적으로 식재료를 집지 못할 수 있었다.
알파그릴 싱글은 불판을 촬영한 뒤 약 0.2초 만에 식재료의 개수와 위치를 파악한다. 불판에 패티가 두 장만 올라가 있으면 각각의 위치를 인식해 해당 패티만 집어 올린 뒤 다음 조리 동작을 수행한다. 빈 공간에서 음식을 집으려 하거나 조리가 끝난 패티를 제때 옮기지 못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인식 정확도는 99% 수준이다.
상업용 주방은 비전 AI를 적용하기 까다로운 환경으로 꼽힌다. 기름과 유증기가 카메라 시야를 흐리고, 매장마다 조명 밝기와 불판 상태도 다르다. 같은 식재료라도 익는 과정에서 색과 형태, 표면 질감이 계속 달라진다. 규격화된 부품을 다루는 공장과 달리 음식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쉽게 변형되기 때문에 로봇이 인식하고 집어 옮기는 작업의 난도가 높다.
에니아이는 실제 주방에서 확보한 약 190만장의 이미지로 AI를 학습시켰다. 정돈된 실험실 사진뿐 아니라 기름이 튀거나 조명 밝기가 변하고 불판 일부가 오염된 상황도 학습 데이터에 포함했다. 실제 매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를 반복적으로 학습시켜 현장 대응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
식재료의 위치를 찾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기가 얼마나 익었는지도 AI로 판단한다는 구상이다. 에니아이는 조리 관리 시스템 ‘알파 클라우드’의 프로토타입 개발을 마쳤다. 향후 카메라로 고기 표면의 색과 질감 변화를 분석해 익은 정도와 마이야르 반응에 따른 구워짐 상태를 판별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에니아이는 약 1100억달러(약 161조원) 규모의 미국 햄버거 시장을 겨냥해 현지 버거 매장에서 제품 실증과 고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 종사자 최저임금이 시간당 20달러로 오르는 등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주방 자동화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에니아이는 현지 매장에서 확보한 조리 데이터를 AI 학습에 다시 반영해 식재료 인식 성능을 높이고 조리 가능한 메뉴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해외 매장에 적용하고, 현장에서 쌓인 데이터를 제품 고도화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는 “주방 자동화의 과제는 로봇을 단순히 움직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달라지는 조리 환경에 대응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외식업은 전 세계적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고 표준화가 어려운 산업인 만큼, 피지컬 AI가 실제 주방에 안착하면 매장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