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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에는 이씨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직후인 지난해 8월9일 A씨와의 통화에서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씨(해병대 출신 전 경호처 관계자)에게 전화가 왔더라. 그래서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씨는 이 통화에서 ‘별 3개 달아주려 했다’는 식으로 임 전 사단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출신인 이씨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때 ‘2차 주가조작’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바 있다. 이씨가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안 그래도 이씨가 변호사 A씨, 전 경호처 관계자 B씨 등과 함께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논의한 정황이 나와 야권 등 일각으로부터 의혹을 샀다.
채해병 사망 사고는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폭우에 따른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채모 일병이 사망한 사고다. 해병대수사단은 사고 이후 수사결과를 경찰청에 이첩했으나 국방부 검찰단이 그 결과를 회수하고 박정훈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되는 등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행사 의혹이 이어져 왔다. 경찰은 지난 8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혐의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공수처는 자체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씨가 A씨와의 통화 내용처럼 실제 구명 로비를 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청문회 때 “그분(이씨)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이씨 역시 이번 통화 내용에 대해서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전제로 ‘임 전 사단장을 알지 못하며 모르는 사람을 구명할 수 없다. (통화내용은) B씨가 임 전 사단장이 사임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했던 얘기를 옮긴 것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여권 일각에선 A씨가 민주당 보좌관 출신인 점,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변호했던 점을 들어 이 의혹 자체가 ‘잘 짜인 각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수처는 A씨의 진술과 녹음된 통화내용을 토대로 이씨가 실제로 대통령실 등에 임 전 사단장 구명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뺄 것과 넣을 것을 구분해 공적 수사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청문회 때 나온 얘기부터 일부 언론 보도 내용까지 모두 참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