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주가가 3년 5개월여 만에 4만원대 아래로 주저앉으며 개인투자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칼끝이 김범수 창업자를 겨누면서 투자심리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에 드리워진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과 계열사의 주요 사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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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 관련 사법 리스크가 덮치며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날 김범수 센터장은 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출석했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지난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카카오는 배 대표의 구속영장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7거래일째 하락을 거듭하며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16조8682억원으로, 연초 23조4731억원에서 28% 감소했다. 6조6049억원의 시총이 증발하며 시총 순위는 11위에서 8계단 추락해 19위에 머물렀다.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에서 종목 투자자들의 데이터를 보여주는 NH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카카오 주식을 산 투자자 31만1480명의 평균 손실률은 54.26%, 평균 단가는 10만2451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투자자 비율이 100%다. 이에 일각에서는 개미들이 올 들어 5200억원 이상 나 홀로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한 배경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물타기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주가 약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분기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 리스크도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27.2%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 10%만 남기고 나머지 17.2%를 처분해야 한다.
성장주에 불리한 대외 경제 등 변수도 주가 반등의 걸림돌로 손꼽힌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는 애초 기대와 달리 광고, 커머스 회복 속도가 늦은 데다가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라는 외부적인 요인까지 겹쳐 주가가 단기 반등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경영진 처벌로 인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당분간 투심을 짓누르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물타기 식으로 추가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