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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데일리가 이영실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1) 측에 확인한 결과 지난 2018~2019년 두 해에 걸쳐 시장 비서실을 비롯해 정무수석실 등 직원들이 성희롱 등 폭력 예방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및 시 관계기관, 산하기관 직원들은 매년 성희롱 등 폭력 예방교육 및 성인지 교육을 이수하게 돼 있다.
이 사실은 ‘서울시 비서실 성폭행 사건’ 이후인 4월 28일 열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밝혀졌다. 당시 박 전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4일 만취해 의식이 없는 동료 여직원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언론에 알려졌다. 서울시는 사건 9일 후인 4월 23일 해당 직원을 직무 배제한 뒤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영실 의원은 4월 28일 운영위 회의에서 고한석 당시 비서실장에게 해당 사항을 지적하며 “상식적으로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할까 생각하겠지만 (교육에서)한 번이라도 더 얘기를 듣고 하면 그런 사람들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앞으로) 비서실에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고 전 비서실장은 “금년에는 필히 전원 참석하도록 하고, 이미 계획된 두 차례 성 인지 교육에도 전원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전 비서 A씨를 지원하는 여성·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서실 직원은 성희롱 예방 교육에도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비서실 직원들은 ‘늘공’(직업 공무원)이 아니라 (여기저기)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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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급자들의 부족한 성 인지 감수성이 성추행 피해자들이 내부에서 도움을 받기 어렵게 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근무한 직장인 9304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성희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하고 참고 넘어간 직원 중 31.8%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거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여성계 관계자는 “기관 내부의 문제 해결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조직문화의 문제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A씨 측도 지난 13일 “서울시 내부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순 실수로 받아들여 더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여성학자 변혜정(전 여성인권진흥원장)씨는 “성희롱 예방은 당연하게 몸에 붙은 권력자들의 ‘감수성 없음’에 대한 교육”이라며 “사건이 터진 후 흐지부지 덮기에 바쁜 조치를 하기보다 성인지 교육을 제대로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장들과 직원들 모두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며 “200명씩 모인 형식적인 집합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 외에도 교육 내용과 방식에 대해 점검한 뒤 앞으로의 교육 방식에 대한 방안이 적확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