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구호만으론 부족해”…금감원, 은행권에 ‘책임경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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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I 2025.12.23 14:00:00

"책무구조도 형식적 운영"…대표이사 관리의무 강화 주문
금융보안·불완전판매 반복 “KPI·인사제도부터 손봐야”
가상계좌 재판매 취약…내년 개선 이행 여부 재점검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진 책임 강화와 금융보안·소비자보호 중심의 체계 전환을 강하게 주문했다. 특히 책무구조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금융보안과 불완전판매 예방을 둘러싼 내부통제가 현장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본원 대강당에서 은행권 내부통제 담당자 등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하반기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은행 스스로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운영 사례와 외부 전문가 강연을 통해 실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은행권 내부통제와 관련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책무구조도의 조속한 안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점검 결과, 일부 은행에서는 임원과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활동이 형식적 점검에 그치거나, 이를 뒷받침할 내규·전산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다. 박 부원장보는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준법감시인의 적극적인 조정·지원 역할을 주문했다.

금융보안 내부통제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그는 보안·전산 사고가 금융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대규모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들이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금융 인프라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 역시 보안사고 사례 전파와 재해복구 대책 점검 등을 통해 IT 보안 관리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반복되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소비자보호 중심의 사전예방적 내부통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금융상품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임직원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민원 등 이상징후를 신속히 포착해 보고·조치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과평가지표(KPI)와 보상체계에 소비자보호를 저해하는 요소가 없는지 면밀한 점검을 요구했다.

외부 전문가들도 내부통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상배 일하는시민연구소 부소장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의 원인이 제도 부족보다는 내부통제 이행 의지 부족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제도에 있다고 분석했다. 서호진 금융보안원 보안연구부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보안 수준이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평가하며, 망분리 중심 규제가 오히려 소극적 보안 관행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사례 공유도 이어졌다. 하나은행은 투자성 상품 위험관리를 위해 소비자리스크관리 개념과 전담 조직을 도입하고, ‘소비자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과 ‘위험관리 신호등’ 운영 성과를 소개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감점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내부통제 활동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내부통제 가점제’를 도입한 사례를 공유했다.

금감원은 또 은행권 가상계좌 재판매 관련 내부통제 점검 결과도 공개했다. 재판매 계좌 비중은 전체 발급 계좌의 3.6%에 불과했지만, 지급정지 계좌의 72.5%가 재판매 계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가맹점 정보를 활용한 이상거래 점검 시스템을 갖춘 은행은 일부에 그쳤고, 다수 은행은 사고 발생 이후 사실 확인 위주의 사후 조치에 머물러 있었다. 금감원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미흡 사항에 대한 개선 이행 여부를 내년 중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이행과 관련해, 조직·점검·보고체계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금감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표이사 총괄 관리의무 4대 기본원칙’과 8대 세부 이행원칙,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금감원은 “이번 워크숍이 책무구조도, 금융보안, 금융소비자보호 등 내부통제 핵심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워크숍과 간담회 등을 통해 은행권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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