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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 [e갤러리]

오현주 기자I 2022.10.13 19:06:02

△갤러리도스서 ''마음의 준비'' 전 연 작가 이윤경
평범한 풍경에 거센 의미를 새긴 작업
몸보단 마음, 놓기보단 다잡는 제스처
"상처를 상처로 대면케 만드는 게 그림"

이윤경 ‘자맥질’(2022), 캔버스에 오일, 90×116㎝(사진=갤러리도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붉지만 푸른 거다. 저 속은 불이 아니라 물이니까. 지는 노을을 한껏 녹여낸 강 혹은 바다를 색으로, 문양으로 본 전경. 그러고 보니 거뭇한 점처럼 보이던 형체도 갈수록 모양이 잡힌다. 물의 흐름을 거스르며 헤엄치는 사람들이었던 거다.

그저 평범한 ‘자맥질’(2022)의 풍경에 거센 의미를 새긴 이는 작가 이윤경. 작가는 ‘휴식’을 그린다. 그런데 이게 단순치 않다. 몸보단 마음, 놔주기보단 다잡는 제스처가 들어있으니까. “마음을 들여다보는 용기, 왜곡과 은폐로 위장된 내면을 들여다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니까. 흔히들 믿는 것과 달리 “그림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저 “상처를 상처로 대면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란다.

그래선지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를 보든, 일몰에 얼룩진 산세를 보든, 작가의 붓은 지난 시간과 다가올 시간 사이에 서성이는 자신을 향하는 듯하다. 굳이 정교하고 정갈하게 화면을 꾸리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터. “담담한 그림이 담담하게 그리는 것은 아니”라니까. 다만 ‘저 순간의 의미’에 대해선 공을 들였다. 시간은 흐르고 변화는 생기니 차라리 그 자체를 인정하자는 또 하나의 ‘제스처’처럼 보인다.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개인전 ‘마음의 준비’에서 볼 수 있다.

이윤경 ‘그 순간의 밀도’(2022), 캔버스에 아크릴, 90×116㎝(사진=갤러리도스)
이윤경 ‘밝고도 어두운 그곳을 걷곤 해’(2022), 캔버스에 아크릴, 80×80㎝(사진=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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