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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민 70% “중립 강화 반대”…나토 협력·대러 제재 길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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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9.28 16: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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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무장 중립’ 헌법 명문화 국민투표 부결
26개 칸톤 전부 반대…나토 훈련·정보교류 등 현행 유지
우크라전쟁 이후 불붙은 중립 논쟁 일단락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스위스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안보 협력을 제한하고 독자적인 경제 제재 참여를 사실상 막는 ‘강화된 중립 원칙’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스위스의 중립성 논쟁에서 유권자들은 기존처럼 정부가 국제정세에 따라 제재와 안보 협력을 판단할 수 있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왼쪽부터 스위스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세드릭 베르무트, 스위스 연방의회 하원 의원 코리나 그레디그, 시벨 아르슬란, 파비안 몰리나, 하인츠 테일러, 존 풀트, 연방의회 상원 의원 마틸드 크레부아지에 크렐리에, 자유민주당(FDP) 공동대표 수잔네 빈첸츠-슈타우파허, 연방의회 하원 의원 하인츠 테일러, 스위스 기업연합회(Swiss Business Federation) 모니카 뤼엘 이사, 시몬 드 몽몰랭 하원의원, 안드레아 그뮈르 및 마리안네 빈더-켈러 상원의원이 9월 27일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중립성 발의안 반대 위원회 선거운동 본부에 모였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스위스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세드릭 베르무트, 스위스 연방의회 하원 의원 코리나 그레디그, 시벨 아르슬란, 파비안 몰리나, 하인츠 테일러, 존 풀트, 연방의회 상원 의원 마틸드 크레부아지에 크렐리에, 자유민주당(FDP) 공동대표 수잔네 빈첸츠-슈타우파허, 연방의회 하원 의원 하인츠 테일러, 스위스 기업연합회(Swiss Business Federation) 모니카 뤼엘 이사, 시몬 드 몽몰랭 하원의원, 안드레아 그뮈르 및 마리안네 빈더-켈러 상원의원이 9월 27일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중립성 발의안 반대 위원회 선거운동 본부에 모였다. (사진=연합뉴스)
28일 로이터통신과 스위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스위스 중립성 수호’ 국민발안 투표에서 반대가 70.15%로 찬성 29.85%를 크게 웃돌았다. 26개 칸톤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으며 투표율은 47.06%였다.

이번 국민발안은 스위스의 중립을 ‘영구적이고 무장된 중립’으로 헌법에 보다 엄격하게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발안안이 통과됐다면 스위스는 군사적 공격을 받거나 공격이 임박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토를 비롯한 군사·방위 동맹에 가입하거나 협력할 수 없게 된다. 유엔이 결정한 제재와 제재 회피 방지 조치를 제외하면 전쟁 당사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부결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지금처럼 국제 정세를 고려해 경제 제재 참여 여부를 사안별로 결정할 수 있다. 나토와 진행하는 합동훈련과 정보 교류 등 안보 협력에도 기존 수준의 재량을 유지하게 됐다. 스위스가 나토에 가입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현재의 비회원국 지위와 중립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이번 결과는 중립에 반대한 투표가 아니다”며 “스위스는 어제도 중립국이었고 오늘도 중립국이며 앞으로도 중립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중립은 나폴레옹 전쟁 종전 이후인 1815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1848년 연방헌법에도 관련 원칙이 반영됐다. 다만 실제 국제분쟁에서 중립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정부와 의회가 판단해왔다.

중립 원칙을 둘러싼 논쟁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세졌다. 스위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를 상당 부분 채택하면서 우파 스위스국민당(SVP) 등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중립 정책이 훼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VP 등이 지지한 국민발안 추진 측은 경제 제재와 나토 협력이 스위스의 중립성을 약화시키고 국제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중립 원칙을 헌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스위스가 분쟁 중재자로서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스위스 연방정부와 의회, 사회민주당·녹색당·중앙당·자유민주당 등 주요 정당은 발안에 반대했다. 국제 안보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안보 협력과 제재에 대한 정부의 정책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위스 정부는 발안이 통과되면 나토와의 공동훈련이나 정보 교환 등 평시 안보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독자적으로 제재를 가할 정책 수단도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시스 장관은 이번 부결로 스위스가 앞으로도 경제 제재 참여 여부를 개별 사안에 따라 결정하고, 자국 안보를 강화하는 범위에서 다른 국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발안을 지지했던 SVP는 결과를 수용했다. 루카스 라이만 SVP 의원은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스위스의 중립 원칙이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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