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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법조계 관계자들은 “애초에 기대할 것도 없었지만, 그나마도 기대 이하였다”라거나 “이런 청문회는 왜 하나”라며 한탄했다.
그나마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이들은 김 후보자가 친(親) 정권 인사라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했다면, 원론적 언사라도 ‘현 정권 관련 수사’와 ‘정치 개입으로 흐트러진 검찰 인사 바로 세우기’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라도 표현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차례의 발언 기회에도 김 후보자의 입에선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는 말만 흘러나왔다.
그나마 과거 검사 재직 당시 “정치적 중립성 관련한 논란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고, 법무부 차관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사실과 관련해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제외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해명뿐이었다. 한 검찰 선배는 이에 대해서도 “우리가 김 후보자에게 듣고 싶었던 것은 과거의 논란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앞으로 검찰총장이 돼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얼마나 ‘바람막이’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의 의지였다”며 평가절하했다.
오히려 김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며 더 큰 의혹을 남겼다. 앞서 김 후보자는 법무부 차관 시절 라임·옵티머스 관련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관련 사건 4건을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김 후보자는 “라임이나 옵티머스를 운영하는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일체 변론을 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그럼 누구를 어떻게 변호했느냐’는 질문엔 ‘변호사법상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또다시 입을 닫았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이 와중에 서로 헐뜯기에만 혈안이 돼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을 대신해 김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이들은 인사청문회 내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끄집어내 ‘내가 더 억울하다’, ‘내가 더 정의롭다’며 다투기 일쑤였고, 급기야 오후 질의 막바지 ‘전관예우’ 의혹을 두고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간 감정 싸움까지 벌어지며 결국 청문회는 파행했다. 인사청문회 전 여·야가 각각 우려한 ‘맹탕 청문회’, ‘깽판 청문회’를 여야가 합심해 ‘맹탕·깽판 청문회’를 만들어 낸 꼴이다.
인사청문회 파행에도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결국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는, 안타깝게도 그가 검찰총장이 된 이후에나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임명 직후 당장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김 후보자의 언행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