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국경분쟁이 경제보복으로

방성훈 기자I 2020.08.25 17:15:49

5G 등 모든 네트워크망서 화웨이·ZTE 장비 배제키로
中보복 우려에 공식 발표는 안할 듯
"화웨이 경쟁사 노키아·에릭슨·삼성에게는 기회"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과 국경분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도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중흥통신(ZTE)을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 간 국경분쟁이 강도높은 경제 보복 조치로 비화하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 경쟁사인 노키아·에릭슨·삼성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과 통신업계 임원 등에 따르면 인도는 5세대 이동통신(5G)를 포함한 모든 네트워크 망에서 화웨이, ZTE 등 중국산 장비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이미 인도 주요 부처에선 네트워크망과 관련된 모든 투자에서 중국 장비를 배제하기로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정부가 중국 장비를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우리에게도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열리게 됐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정말로 게임이 끝났다”고 말했다. 인도 통신부의 한 관계자도 “국가 안보적으로 민감한 이동통신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며 “중국 공급업체와의 5G 테스트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과 영국, 호주에 이어 화웨이 장비를 금지하는 국가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다만 아직까지 나렌드라 모디 총리나 인도 정부가 중국 장비 배제를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FT는 공식 발표는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 역시 강경 대응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인도 정부의 태도는 올해 초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화웨이를 퇴출하라고 압박했을 때 “기술을 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 6월 중순 인도군과 중국군 간 분쟁이 유혈사태로 이어진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국 군은 당시 히말라야산맥 국경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고, 그 결과 인도 군인 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인도에서는 반중 정서가 심화했고 자립 인도(Self-Reliant India)’ 캠페인까지 벌어졌다. 인도 정부는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6월 국가안보 위협 및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이유로 틱톡, 위챗, 바이두맵, 웨이보 등 중국 애플리케이션(앱) 59개에 대해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인도 국영 통신사인 BSNL과 MTNL는 일찌감치 중국 장비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의 결정으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 업체는 물론 협력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인도가 이동통신 사용자만 8억5000만명에 달하는 등 세계 2위 이동통신 시장이기 때문이다. 화웨이 역시 인도 내 3대 통신장비 공급업체 중 한 곳으로 군림해 왔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의 산치트 비르 조지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와 대규모 계약을 맺은 인도 통신사 바티에어텔과 보다폰 인도법인 등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반면 화웨이의 라이벌 인 노키아·에릭슨·삼성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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