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56) 씨는 지난해 6월 주식 전문가를 사칭한 조직원에게 속아 300만원을 건넸다. 배우자의 암 진단비로 받은 돈이다. 사기 피해 후 허탈감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있었으나, 경찰의 추적 끝에 피해금 중 230만원을 환급받게 됐다.
|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수사대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최근까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해 동결된 피싱 피해금을 환급하는 절차를 진행한 결과, 피해자 총 1137명에게 263억7600만원 상당(잔존 원화 101억8600만원, 잔존 코인 161억9000만원)을 환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23년 3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피해 방지책을 협의하던 중, 범죄 피해금이 이전돼 거래가 정지된 가상자산 계정에 122억여원에 달하는 피해금이 환급되지 못한 채 동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금융기관의 대응이 강화되면서 은행 계좌를 통한 자금 세탁이 어려워지자, 피싱 조직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범죄수익을 국외로 빼돌리는 사례가 빈발해졌다. 은행 간에는 피해 신고 시 계좌 정보가 공유돼 신속한 피해금 환급이 가능하지만, 현행법상 피해구제 신청 및 지급정지 요청, 환급금 지급 주체가 금융회사로만 한정돼 있어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 이로 인해 거래소가 자체 약관으로 계정을 동결해도 은행으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받지 못해 환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2023년 4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전자지갑 1050개와 은행 계좌 16만3000개에 대한 자금 추적을 벌여 피해자를 특정했다. 이어 서면, 전화, SNS, 방문 등을 통해 관계인에게 통지하고 서류 접수 및 환급 절차를 거쳐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동결되어 있던 피해금 대부분을 환급했다.
거래소별 환급 규모는 A 거래소 124억5000만원(피해자 657명), B 거래소 70억3000만원(188명), C 거래소 43억2000만원(142명), D 거래소 23억7600만원(131명), E 거래소 2억원(19명) 순이었다.
한편 경찰은 동결 기간 경과를 틈타 피해금을 빼돌린 명의자들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입출금 차단 조치는 최대 6개월까지만 가능해, 기간이 만료되자 환급되어야 할 피해금 30억4000만원을 임의 처분한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거래소로부터 통보받은 계정 명의자 130명을 상대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수사를 개시하고, 기소 전 몰수·추정보전을 통해 피해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률적·제도적 미비로 해결되지 못하던 피해금 환급 문제를 3년에 걸친 추적과 거래소 협력으로 해결했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가담자와 조직에 대한 수사는 물론, 가상자산으로 은닉된 범죄수익금도 끝까지 추적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달 1일부터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금융회사에 포함하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돼, 은행과 거래소 간 정보 공유 및 피해금 환급 절차가 법적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