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씨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자녀 양육비를 지급해야 했으나 버티기에 나섰다.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 송달 문서를 일부러 수령하지 않으면서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법원의 감치 명령도 소용이 없었다. 경찰이 ‘B씨의 실거주지를 찾을 수 없다’며 집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년간 절차가 지연되면서 아이는 성인이 됐고 법원은 ‘실익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법망을 피한 B씨는 해외여행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면서 살고 있다.
양육비 이행·지원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제도·집행 사각지대가 커 종합적인 점검과 후속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육비를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아동이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할 보편적 권리이자 생존권으로 보고,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을 도입하고 헤이그 아동양육협약 비준과 같은 글로벌 추세에 맞춘 국가 차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기상·김한규·이연희·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칸나희망서포터즈,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가족법학회, 한국아동단체협의회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동 권리 관점에서 살펴본 양육비 이행 제도의 의미와 한계’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양육비 실태 점검 및 대책을 논의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최기상 의원은 “어떤 부모, 어떤 환경에서도 아동은 자라야 한다”며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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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내용의 양육비이행법이 제정·시행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법망을 피해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상황은 여전히 심각했다. 김민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발표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이 150만가구에 이르는 가운데,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 비율은 2018년 73.1%, 2021년 72.1%, 2024년 71.3%에 달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70%가 넘는 이 수치는 아동의 생존권이 현실에서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부끄러운 수치”라며 “양육비 미지급의 실질적인 원인은 형편이 어렵다는 경제적 무능력이 아니라 ‘양육비를 주지 않아도 실질적 제재가 없다’는 채무자의 왜곡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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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에는 국제혼인과 해외 이주가 증가하면서 국경을 넘는 양육비 문제가 새로운 사각지대로 부상하고 있다. 서수민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한부모가정법률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양육비 채무자가 출국한 경우 소재 파악이 어려워 국제 사건의 경우 양육비 이행에 구조적 공백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간사)도 “현행 제도가 국내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한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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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 변호사는 “헤이그 아동양육협약이 도입되면 협약 제6조의 중앙당국 설치 의무와 제14조 이하의 무료 법률지원 보장 규정을 통해 소송 비용과 절차 복잡성으로 포기를 강요받는 수많은 당사자들에게 실질적 구제의 통로가 될 것”이라며 “협약 제32조의 신속 처리 원칙은 현재 1년 이상 소요되는 국제 양육비 소송의 지연 문제에도 중요한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장은 “현행 제재는 예외 사항이 많아 제재 회피가 가능한데 제재 조치를 강화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일생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강력하고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며 “감치라는 낡은 장벽에 막혀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아이들의 고통은 깊어지고 있다. 감치 절차를 전면 폐지하고 이행명령 불이행 즉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개편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강은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7년 헤이그 아동양육협약의 조속한 비준은 양육비를 단순한 사적 채권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최소한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할 아동의 핵심 권리 중 하나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진 변호사(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도 “보호자가 자녀에 대한 양육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물질적 지원을 하고 양육비 이행·회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적·사적 어려움을 줄이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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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겸 법무부 국제법무정책과장은 “헤이그 아동양육협약 가입은 분명 필요한 방향이지만 효과와 한계를 함께 보면서 국내 이행 체계를 차분히 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협약 가입은 이행입법의 구조, 중앙당국의 역할, 법원 절차와의 접점, 관계기관 간 협업 방식까지 함께 준비돼야 비로소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육비 지원 비영리 단체인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이사장을 맡고 있는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헤이그 아동협약 비준은 양육비 지급 이행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며 “법무부가 양육비 이행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가 아닌 적극적인 인식 개선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