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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中 유출` 삼성 前 임원…직원들은 토사구팽(종합)

이유림 기자I 2024.09.10 16:40:07

국내 반도체 권위자, 中지방정부와 합작社 설립
삼성전자 20나노급 D램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국내 반도체 인력 대거영입…피해규모 4.3조 달해
中넘어간 국내 인력들, 불과 2년여 만에 해고조치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를 설립해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유출 및 부정 사용한 2명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해당 중국 제조업체는 국내 반도체 핵심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한 뒤 불과 2~3년 만에 토사구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의 현지 R&D 센터 홍보 영상(사진=홈페이지 캡처)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의 대표 최모(66)씨와 공정설계실장 오모(60)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0년 9월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을 설립,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대거 이직시켜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메모리 반도체 공정단계별 핵심기술을 유출 및 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삼성전자 임원 퇴사 후 중국 쓰촨성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아 현지에 청두가오전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오씨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핵심 전문인력 200여명을 영입, 삼성전자가 2014년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 반도체 핵심공정기술이자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와 ‘최종목표규격’(MTS) 등을 유출하고 무단으로 사용했다. 오씨도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유출해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해 공정설계실장으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최씨는 2021년 12월 반도체 D램 연구 및 제조공장을 건설한 뒤 1년 4개월만인 2022년 4월에 ‘시범 웨이퍼’(Workig Die)까지 생산했다. 시범 웨이퍼는 적용한 기술이 실제 반도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초 개발제품을 의미한다. 이전 세대 D램 개발 경험이 있는 반도체 제조 회사들도 일반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 개발에 최소 4~5년이 소요되는데, 최씨가 설립한 회사는 기술을 무단으로 가로채 이 같은 개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최씨의 회사는 지난해 6월 반도체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위해 수율을 높여가고 있었으나, 경찰 수사로 인해 현재는 공장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통상 국내 엔지니어 1~2명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수준의 기술유출 사안과는 달리, 국내 반도체 업계 권위자로 불리던 최씨가 직접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삼성전자 기술로 20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 악화를 초래하고 경제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의 18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 3000억원, 20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원에 달하는 등 피해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약 4조 3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지난 2023년 2월 첩보를 입수하고 중국 현지 출장수사 등을 통해 관련자 진술 및 기술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씨와 오씨 외에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임원들 30여명도 추가 입건해 수사 중이다. 국내 핵심 기술인력이 해외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위한 불법 인력송출이 있었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정작 청두가오전은 국내에서 이직한 기술인력을 2~3년 동안 활용한 후 장기휴직 처리 등으로 사실상 해고했을 뿐 아니라 이직 시 약속했던 자녀 국제학교 교육비, 주거비, 재외수당 등 각종 혜택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국내 기술인력의 핵심기술에 대한 보안의식 강화 및 해외로 이직한 국내 기술인력의 현지 처우 실태 등에 대한 홍보 필요성이 확인됐다”며 “기업대상 예방교육 등 협력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전문 수사요원을 투입해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사범에 대한 첩보 수집 및 단속 활동을 강도 높게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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